국내 대기업들의 실적 부진 때문에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시가총액이 올 들어 7개월 새 무려 40조원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저금리 기조 속에 마땅한 수익처가 없자 빚을 내서라도 주식시장에 투자한 금액이 사상 처음 8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주식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경우 자칫 '빚 잔치'에 허덕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0대 그룹 시가총액, 7개월 새 40조원 감소
올해 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대형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국내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7개월도 채 안 돼 40조원 이상 줄어들었다. 26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시가총액은 23일 현재 679조6천억원으로, 올해 1월 2일 719조6천억원보다 40조700억원(5.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 10대 그룹이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3.52%에서 45.22%로 7개월 새 8.3%포인트(p)나 낮아졌다.
그룹별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시가총액이 120조9천억원에서 98조8천억원으로, 22조700억원(18.26%)이 사라졌다. 감소액으로는 10대 그룹 중 최대치다.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21조9천억원(6.26%) 줄어든 327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POSCO그룹은 21조4천억원으로 8조8천900억원(29.40%) 빠져,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8천400억원(8.00%) 줄었고, SK그룹은 7천500억원(0.83%) 줄었다.
이에 비해 한화그룹은 오히려 4조8천400억원(35.78%) 늘어난 18조4천억원으로, 증시에서 1%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롯데그룹(4조6천600억원'22.28%), GS그룹(3조3천800억원'36.61%), LG그룹(1조4천400억원'2.14%), 한진그룹(700억원'1.06%) 등도 시가총액이 늘었다.
◆빚 내서 주식 투자, 사상 처음 8조원대
26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고 금액은 지난 24일 기준으로 8조286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빚을 내 투자한 금액이 사상 처음 8조원을 넘어섰다는 말이다. 신용 잔고는 투자자가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금액을 뜻한다.
연초 5조원대이던 신용 잔고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2천394억원(6.56%), 코스닥시장은 2천666억원(6.88%)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의 신용 잔고는 3조8천880억원, 코스닥시장의 신용 잔고는 4조1천406억원에 달한다.
24일 기준 시가총액 대비 신용 잔고 비중이 큰 종목으로는 코스닥시장에서는 토비스(10.68%)'좋은사람들(8.11%)'파인테크닉스(8.11%)'리노스(7.52%)'팬엔터테인먼트(7.45%)'현대통신(7.33%)'이엠텍(7.23%)'산성앨엔에스(7.23%),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한솔홈데코(6.43%)'에이블씨엔씨(6.35%)'대영포장(5.79%)'KC그린홀딩스(5.69%)'유유제약(5.45%) 등이 꼽혔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과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계속되는 데다 오는 28, 29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언급될 수도 있어 시장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과도한 신용 거래는 위험할 수도 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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