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늦었지만 당연하다

살인죄의 공소시효(25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태완이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람을 살해한 죄로서 법정 최고형이 사형인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것이 주내용이다. 이제 살인 범죄에서 '영구미제사건'은 영원히 사라지게 됐다.

이번 법 개정은 우리나라 형사사법 정책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이다. 공소시효란 범죄를 저지른 후 범죄 혐의자가 도망가 검사가 일정 기간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국가의 소추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다. 어떤 흉악 범죄를 저질렀어도 일정 기간만 붙잡히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제도다. 그동안 이로 인해 수많은 흉악범들이 면죄부를 받았다. 당장 이번 법 개정의 단초가 됐던 태완 군 사건만 해도 올 6월 26일 공소시효가 끝났다. 1991년 대구 성서에서 초등학생 5명이 살해당했던 이른바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은 이제는 범인을 잡아도 처벌할 수 없다. 1980년대 경기도 화성 연쇄 살인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살인죄 공소 시효 폐지는 살인 피해자 유족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바였다. 유전자 분석 기법 등 수사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사실 공소시효 제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그러니 2012년 9월 국회에 올랐던 이 개정안이 태완 군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난 뒤에야 폐지된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태완이 사건'은 이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다만 제2의 김태완 군 같은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더 이상 세월이 보호막이 될 수 없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살인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해졌다. 이런 범죄자는 죽을 때까지 숨어 살거나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과거 알지 못했던 사건 실마리가 수사 기법 발달로 풀리면 언제라도 붙잡힐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한다.

공소시효가 없어진 만큼 검경으로서는 미해결 사건도 많아지게 됐다. 이를 줄이려면 초동수사에서부터 빈틈이 없어야 한다. 태완 군 사건도 결국 경찰의 초동수사 미흡이 가져온 결과다. 공소시효 폐지라는 사법 변화만큼이나 검경의 수사 기법도 완전히 바뀌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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