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반환점 앞둔 박근혜 대통령

'대구업체' 한마디에 이끌린 대통령

기업 어려움 '4분 방문'으로 해소해

삼성 전자관련 특허 무료개방도 호재

"대구의 ○○직물입니다."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4개국 순방 두 번째 방문국 페루에서 열린 '한-페루 비즈니스 파트너십' 행사장. 정상외교 못지않게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에 관심을 가진 박 대통령이 한국 중소기업과 현지 바이어 간에 수출상담이 이뤄지는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에 참석했다. 종전에는 경제사절단과 다소 정적(靜的)인 비즈니스 포럼에만 참여하던 대통령이 수출선을 확보하기 위해 피 튀기는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마침 지나가던 대통령께 대구 여사장이 인사를 드리자 자석에 끌리듯 그 부스에서 걸음을 멈춘 것이다.

방문이 예정된 3개 업체가 아닌 대구 섬유업체의 부스를 돌발 방문한 박 대통령은 행어에 걸린 연두색 경찰복 샘플을 보며 물었다. "첫 번째 순방국인 콜롬비아도 그렇고, 여기 페루 경찰들도 모두 이 경찰복을 입었던데, 이 업체가 수출한 것이냐"고 묻고는 페루의 바이어에게 직접 질문도 던졌다. "어떤 점 때문에 대구의 섬유업체와 상담을 하고 있느냐"고.

이런 몇 가지 얘기가 오가는 데 걸린 시간은 '딱 4분'. 그 '4분'이 마법을 부리고 있다. 이 업체가 생면부지 중남미 국가와의 첫 상담에서 40만달러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종전까지는 중남미 국가의 경찰복과 군인복'환자복 등 특수복은 대부분 세계의 제조공장으로 자리 잡은 중국에서 수출했다. 가격 경쟁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업체가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성 소재나 방탄용 소재, 햇빛에 노출되어도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티타늄 융합 소재 등으로 특수복을 내놓자 주문처를 바꾼 것이다.

보통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을 뚫으려면 비용과 시간이 엄청 투입된다. 7, 8차례 그 나라를 들락거려야 하는 것은 물론, 아무리 제품이 뛰어나도 막상 계약까지 성사시키기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다. 브랜드네임도, 국제적 신용도도 인정받기가 어려워서다. 그러나 이 업체의 고민은 대통령의 '돌발 방문'이 깨끗이 해결해줬다. 한국 대통령이 방문한 업체에 대한 무한 신뢰가 중남미 특수복 시장을 뚫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이 업체뿐 아니다. 전국에서 박 대통령의 중남미 4개국 순방에 동행한 중소기업들이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에서 올린 계약고는 6억4천600만달러. 수출 성과도 그렇지만, 해외우량 바이어들에게 우리 중소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 연말부터 대통령의 해외순방국에 맞춰서 수출 의사를 가진 중소기업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우리나라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새로운 계기가 부여된 것이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역시 마찬가지이다. 삼성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김선일,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대표)를 통해 전자 관련 3만8천여 개의 특허를 중소기업에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그냥 개방만 하지 않고, 전국 순회 특허 설명회를 갖고 꼭 필요하다 싶은 기업에는 공짜로 특허 이전도 해준다. 물론 일부는 예외다. 대구에서 출범한 삼성이 본격적으로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의 길을 모색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호재(好材)다.

이제 박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향하고 있다. 남은 기간은 2년 7개월. 어떻든 '대통령의 낙마'를 원하는 무리들을 따돌리면서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성공'을 향해서 쭉 나아가야 한다. 비리를 막고, 지나친 감성팔이와 떼법을 바로잡고, 잘못된 관행은 고쳐나가야 한다. 박 대통령은 부정과 부패만 확실히 막아도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 세상에 불법이 횡행하는 선진국은 없다.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고. 성공적 결말을 향해 피치를 올려야 할 때다.

심의실장 겸 특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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