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내가 생각하는 간호사

저는 대구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민주입니다.

평소 국제구호활동가 한비야 씨의 열정과 직업정신을 동경하며 그분의 책을 즐겨 읽었습니다. 최근 출간된 '1그램의 용기'를 읽던 중 한 구절이 우유부단하고 걱정 많은 저의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두렵고 겁도 나지만 1그램의 용기를 내라. 그 1그램의 용기를 내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나아가다 보면 어느 사이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그러던 중 교수님께서 국제한인간호재단과 연세대학교 간호대학이 주최하는 국제간호인턴십(GNI) 프로그램을 권해 주셨습니다. 저는 용기를 내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고 7월 6일부터 14일까지 베트남 광찌성 하이랑현에서 GNI 3기로 활동했습니다.

광찌성은 베트남의 북중부에 위치해 있고 농촌인구 비율은 75.5%, 빈곤율은 13.9%입니다. 무료 의료보험 가입에 대한 인식과 질병 예방 및 조기 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소수민족 거주 지역이거나 산간 취약 지역에는 간호사나 의사의 배치율이 적으며, 교통시설이 불편하여 보건소를 방문하는 인구가 적기 때문에 의료인의 손길이 필요한 지역입니다. 학교보건교육, 만성질환 스크리닝, 아동 건강검진, 방문간호, 지역 병원 방문 등을 했습니다. 저는 간호학생(SN) 생활을 절반 이상 해오면서도 이렇다 할 간호 철학이 없었는데 이번 활동을 통해 저 나름대로 간호에 대해 정의를 내릴 수 있었습니다. 활동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을 몇 가지 나누려고 합니다.

첫째, 직업이 농부라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박여 있어 혈당검사 시 채혈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인턴은 당황스러운 상황, 처음 해보는 채혈 자체의 부담감에 난색이 되었습니다. 동행한 코디는 인턴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차분히,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인턴은 페이스를 되찾아 혈당 검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라면 나서서 마무리했을 것이고 그것이 당황하고 있는 인턴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간호사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간호사는 대상자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대상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퇴원 후에도 그것을 바탕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자가간호할 수 있도록 하는 간호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두 번째, 치료 시기를 놓쳐 불가피하게 안구적출을 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었습니다. 저희 인턴들은 만성질환 즉, 고혈압과 당뇨에 대한 것이 위주가 될 것이라 예상해 그 외의 부분은 미처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 집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다음 집으로 가는 길에 현직 간호사 인턴이 질문을 했습니다. '민주야, 넌 이 가정에 어떤 간호를 더 해줬으면 좋겠어?' 인턴은 간호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통해 알려주었습니다. 간호지를 채우기만 급급했던 '나'라는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주었습니다. 실습을 하면서 느낀 것은 간호사들이 간호를 하면서 대상자의 눈을 한 번도 제대로 맞추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업무량이 이유인 것을 알면서도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학교에서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간호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나도 간호사가 되면 그럴 수 있을 텐데 그럴 때면 베트남에서의 경험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간호사는 병원에서의 간호가 모든 것이 아니고 더 나아가 실생활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고 환자의 마음까지 케어해 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입니다. 저에게 1그램의 용기인 GNI는 백배, 천배 무게의 의미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값진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민주/대구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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