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콘텐츠 보호 위해 예능도 잇단 견제
#분쟁 조장·허구 스토리 등 리얼리티쇼 제한
#MBC '우결' 중국판 방송 중단 사태에도
#중국 시청자 '예능 사랑' 쉽게 식지 않을 듯
한국발 예능 콘텐츠의 폭발적인 파급력에 중국 측의 적극적인 견제가 시작됐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제한 조치를 내놓은 데 이은 2차 한류 확산 방지 정책인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국인들의 한국 예능 사랑은 아직 유효하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을 구입하려는 중국 측의 움직임이 분주하고 한국과의 공동제작을 추진하는 케이스도 늘고 있다. 최근에도 JTBC가 중국 측과 공동제작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중국판이 현지에서 2회 연속 동 시간대 1위에 해당하는 시청률을 보이며 화제가 됐다. 물론, 중국의 '빗장정책'으로 한국 콘텐츠의 활로가 막힌 건 사실. 그러나 중국 방송계 역시 한국 콘텐츠를 재가공해 재미를 본 만큼 어떤 방식이든 자국 정책의 빈틈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현재로선 해당 정책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중국, 한국 예능 포맷 수입 제한 조치 시행
이미 중국은 지난해 한국 드라마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며 자국 콘텐츠 보호에 나섰다. 중국 온라인을 통해 소개된 한국 드라마들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화제가 돼 상대적으로 중국 드라마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별에서 온 그대' '상속자들' 등 드라마는 대륙 내에서 다양한 트렌드를 선도하며 사회현상으로까지 번져 화제가 됐다. 중국 측의 입장에선 지나칠 정도로 한국 드라마에 관심을 가지는 자국민들과 방송계 관계자들의 시선을 분산시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엔 TV 콘텐츠만 대상으로 하던 사전심의 범위를 온라인 콘텐츠로까지 넓히며 한국 드라마 붐에 찬물을 끼얹었다. 6개월 정도의 심의 기간을 거쳐야만 중국 내에 정식으로 드라마를 선보일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이 기간 동안 중국 내에 P2P 사이트를 비롯한 불법 유통 창구를 통해 미리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 대중이 실시간으로 접하던 한국 드라마의 주된 창구가 온라인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드라마 생산자들의 입장에선 난감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온라인 유통뿐 아니라 해외 드라마에 쿼터제를 도입하며 정규 플랫폼 판매망도 줄였다. 외국 드라마를 전년에 방송된 중국 드라마 대비 30% 수준으로 방영 제한하며 실질적으로 한국 드라마의 중국 내 확산을 막았다.
일단 한국 드라마의 움직임을 차단한 중국 정부는 이어 한국발 예능 콘텐츠의 발목을 잡기 위해 나섰다. 이미 공동제작 또는 포맷 구매 형식으로 중국에서 재가공된 한국발 예능 프로그램들이 중국 방송계를 장악하고 있던 상황. SBS의 '런닝맨'이 저장위성 TV에서 '달려라 형제'라는 제목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아빠! 어디가?' 역시 중국판으로 제작돼 후난위성 TV에서 방영돼 붐을 형성했다. 심지어 극장판으로 제작돼 스크린에서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놀라운 파급력에 중국 방송 당국도 한류 콘텐츠에 대한 2차 조치를 내놨다. 지난 23일 중국 현지 언론들은 중국 방송 담당 정책부서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리얼리티쇼를 대상으로 하는 제한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광전총국은 각 방송사에 '리얼리티쇼를 만들 때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과 중국의 우수 전통문화를 담아야 한다'는 통지문을 발송했다.
'현실에서 벗어나 일반 대중의 인식과 괴리된 유희성 프로그램을 지양해야 하며, 프로그램의 내용에서 외설과 허세 및 물질 만능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또한, '일부 프로그램이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져 별것 아닌 일로 야단법석을 떨거나 호화사치 풍조를 조장한다. 과도한 엔터테인먼트 및 저급한 시청문화 조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광전총국의 통신문 내용은 사실상 중국 내에서 유행으로 번진 한국 및 미국 예능 프로그램의 재가공 열기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빠! 어디가?' '런닝맨'에 이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등 중국 내에서 화제가 된 한국발 예능 프로그램이 대부분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을 띠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해가 쉽다.
광전총국은 이번 통신문에서 해외 포맷 수입 및 이를 토대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식에 대한 제한조치를 취할 것이란 입장을 확고히 했다. '리얼리티쇼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분위기 속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말해주고 사회문제에 대한 건설적인 해법을 제공해야 한다. 앞으로 사회분쟁을 조장하거나 스토리를 허구로 꾸미는 일을 금지하겠다'는 문구와 '방송 제작자들이 중국 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프로그램 기획에서 통찰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문장의 의미를 살펴보면 취지를 알 수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 제한령의 첫 번째 희생양
이미 광전총국의 제한령 시행에 대한 소문이 확산되던 지난달 초 MBC발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의 중국판이 갑작스럽게 방송 중단되기도 했다. '실제'가 아닌 '연기'로 가상 결혼생활 과정을 보여주면서 '과장'과 '속임수'를 썼다는 것. 이번에 밝힌 제한령에 실제로 '스토리를 허구로 꾸미는 일을 금지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게 확인되면서 '우리 결혼했어요'가 이 조치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된 게 맞다는 사실이 뚜렷해졌다.
광전총국의 이번 통신문 발송에 앞서 이미 중국 방송 당국은 한국 예능 포맷 수입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쿼터제 시행을 알리기도 했다. 해외 예능 포맷 수입을 1년에 한 작품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조치는 후난위성 TV에서 주로 방송되던 한국발 예능 프로그램을 타 방송사로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후난위성 TV가 1년에 한 편밖에 내놓지 못하게 된 만큼 타 방송사가 한국 예능 포맷 수입에 열을 올리게 된 것. 이런 상황 속에서 광전총국도 좀 더 강력한 조치의 시행을 알리고자 이상의 통신문을 각 방송사에 보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가 그동안 중국시장을 종횡무진하던 한류 콘텐츠의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거란 사실은 명확하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한국발 예능 프로그램과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중국 대중의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 중국 현지에서 전파를 탄 한국발 예능 프로그램은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중국판이다. 한국과 중국의 공동제작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프로그램의 기획 및 연출자인 JTBC 오윤환 PD가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 연출 전반을 지휘하고 있다. 총 12회로 제작되고 있으며 상해동방 TV의 목요일 저녁 프라임타임에 편성돼 호응을 얻었다. 지난 16, 23일에 방송된 1, 2회가 1%대(CSM34)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동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채널 수가 많고 다수 프로그램 간 경쟁이 치열한 중국 방송계에서 이 정도의 시청률을 올리면 '대박'이란 말을 듣는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본 시청자들의 숫자도 놀라운 수준이다. 7월 중순까지 아이치이 인터넷방송에 기록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1회의 클릭 수는 무려 8천360만 건이다. '런닝맨 시즌1' 첫 회가 기록한 7천364만 건보다 더 높은 수치로 현지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는 자료다.
동시에 '런닝맨'으로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은 이광수의 출연작 '루궈아이'도 역시 웨이보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CJ E&M 차이나와 중국 호북위성 TV가 공동제작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이광수를 비롯해 중국 스타들이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중국 당국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아직 중국 내에서 한국발 예능의 생명이 꺼진 건 아니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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