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황 증거상 박 할머니가 범인" 살인 혐의 검찰 송치

'살충제 사이다' 진실 규명 이제 검찰 손으로

상주경찰서는 27일 '살충제 사이다' 사건에 대한 수사를 끝내고 피의자 박모(82) 할머니를 살인혐의를 적용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80대 할머니의 살인'이라는 큰 논란을 일으켰던 이 사건의 진실 규명은 이제 검찰로 넘겨졌으며 검찰의 기소 여부 및 검찰이 기소했을 경우, 향후 법정 공방 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주경찰서는 이날 기자 브리핑을 통해 박 할머니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여러 정황 증거를 근거로 범인이라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여러 증거 가운데 박 할머니의 손이 닿은 여러 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이 가장 유력한 정황 증거라고 강조했다.

박 할머니는 사건현장에서 피해 할머니들의 거품을 닦아 주다가 손과 옷 등에 살충제 성분이 묻었다고 주장해 왔지만 경찰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경찰은 "피해 할머니들의 입을 통해 나온 거품은 위장에서 역류한 토사물이 아니며 살충제 중독에 의해 침샘에서 분비된 타액일 가능성이 높다"며 "타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견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번 사건 범행 동기와 관련돼 일각에서 보험 범죄 여부 등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할머니를 비롯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보험 가입 내역 등을 수사했지만 마을회관을 주로 이용하는 할머니 8명 중 한 명이 현재도 보험영업을 하고 있는 사실만 파악했을 뿐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박 할머니가 동료 할머니 6명 모두에게 살충제를 섞은 사이다를 이용, 살해할 만큼의 명확한 범행 이유와 사건발생 직전 2시간 동안의 행적을 밝혀내지 못했다.

박 할머니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살충제를 구입했으며 어느 시점에 마을회관에 와서 어떻게 살충제를 넣고 버렸는가 등에 대해서는 추정만 있을 뿐이어서 앞으로 검찰이 공소유지를 위해 밝혀내야 할 숙제가 됐다.

또 박 할머니의 가족들이 강조하는 '누군가의 음모'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 근거를 살펴봐야 할 대목으로 지적된다.

검찰은 피해자들 중 회복 중인 3명의 상태가 호전되면 사건 당시의 상황진술을 통해 사건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혀 나갈 계획이다.

한편 박 할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치료 등으로 수사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인 점은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할머니는 20일 구속된 이후 21일부터 조사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두통을 앓는다며 거의 매일 병원 진료를 받았다. 병원에 드나들다 보니 박 할머니 조사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박 할머니의 현재 건강상태에 대해 경찰은 "병원에 가서 진료를 해 보면 별다른 이상 증세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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