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새정치연합, 국정원 공개 해부해서 어쩌자는 건가

국가정보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민간인 사찰을 했는지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을 보는 국민의 심경은 착잡하다. "내 직을 걸겠다"며 "국내 사찰은 전혀 없었다"는 이병호 국정원장의 해명과 이로써 의혹은 완전히 해소됐다는 여당의 주장을 수긍하기도, 그렇다고 증거 제시 없는 일방적 부인은 믿을 수 없다며 관련 자료를 전면 공개하라는 야당의 손을 들어주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의 정보기관이 국민을 불법 사찰해서는 안 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와 군과 함께 국가 안보를 지키는 양대 축인 국정원의 활동을 백일하에 노출시켜는 안 된다는 안보적 가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일도양단하기 어렵다. 이들 두 개의 가치 모두 민주주의 국가의 유지와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양자는 행복하게 병존하기도 하지만 충돌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지금이 바로 그 상황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현재로서는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만약 국정원이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면 이는 용납될 수 없는 국가기관의 범죄다. 문제는 이를 밝혀내는 방법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관련 로그파일을 전부 공개하고, 최소한 5명의 민간전문가가 참여해 이를 한 달 정도 분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하면 민간인 사찰 의혹은 규명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국정원의 대북 첩보 활동이 공개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는 기밀이 생명인 정보기관의 '무장해제'를 의미한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의 말처럼 국정원이 로그파일을 내는 순간 세계정보기관의 웃음거리가 되고 다른 정보기관과 절연되는 것은 물론 목숨을 잃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런 문제를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해봤는지 궁금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새정치연합의 접근 방법은 무리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국정원은 새누리당만의 국정원이 아니고 새정치연합의, 그리고 국민 모두의 국정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의혹 규명 작업은 국정원을 공개 해부해 국정원을 더 이상 국정원이지 않게 하는 안보적 자해 행위로 이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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