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런스시에 있는 렉서스센터 중앙홀에는 높이 2m의 검은 화강암판이 서 있다. 여기에는 '렉서스 서약'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직원과 딜러들이 지켜야 할 사항을 명시한 것으로 이런 대목이 나온다. '렉서스는 모든 고객을 집에 초대한 손님에게 하듯 정성을 다한다.'
서약판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중반 도요타자동차가 렉서스라는 독자 브랜드를 미국 고급 차 시장에 처음 내놓기 위해 준비할 무렵이다. 이 서약문을 쓴 데이브 일링워스는 크라이슬러에서 도요타로 옮긴 마케팅 전문가로 주한미군으로 18개월간 탱크'트럭 정비 장교로 복무한 이력도 있다.
당시 도요타는 렉서스 출범을 위해 6년간 5억달러를 투입했다. 브랜드 이름에서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공을 들였다. 렉서스라는 브랜드 네이밍도 재미있다. 당시 10개 최종 후보 리스트에 '알렉시스'(Alexis)가 있었다. 하지만 알렉시스가 미국 TV드라마 '다이너스티'에 나오는 괴팍한 여성 이름과 같다는 지적에 Alexis에서 A를 빼고 i를 u로 바꿔 Lexus를 만들어냈다. 알렉시스와 럭셔리라는 단어에 기초한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렉서스의 진출에 미국 자동차업계는 "차라리 초밥이나 만드는 게 더 낫다"고 비아냥댔다. 경제전문지 포춘도 "맥도널드가 비프 웰링턴(고급 쇠고기 요리)을 만드는 꼴"이라며 코웃음 쳤다. 그러나 렉서스는 성공했다. 벤츠'BMW의 코를 납작하게 누르고 렉서스의 깃발을 높이 올렸다. 뛰어난 품질과 차별화한 서비스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은 것이 성공 비결이다. 집에 초대한 손님처럼 고객을 대우한 결과다.
국내 시장에서 철옹성이었던 현대차가 최근 급격히 밀리고 있다는 보도다. 수입차의 공세에다 소비자 불신이 날로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갖가지 결함 의혹에도 현대차가 고객 의견을 무시하고 소송전까지 벌이자 현대차 관련 기사에는 어김없이 '악플'로 도배되고, 현대기아차라는 이름 대신 '흉기차'라는 호칭이 더 호응을 받는 처지다. 배부른 현대차에 소비자의 응징이 시작된 것이다.
현대차가 뒤늦게 고객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브랜드 신뢰도는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기업이 고객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고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불리한 여건에서도 오직 고객과 품질'서비스를 생각한 도요타에게서 현대차가 배울 것이 너무 많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