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실에서-은퇴] 노년에 고독…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요

◆고민: 60대 중반의 장년층입니다. 지난해 일을 그만두고 나니 올해부터 본격적인 노후생활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후에 일자리를 얻기란 어려운 것 같아 이제부터는 친구나 이웃들과 어울려서 소박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노후생활의 가장 큰 고민이 외롭다는 점입니다. 저는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아가고 싶은데, 친구가 많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고독하지 않은 노후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해법: 노년의 삶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건강한 노년의 삶이란 육체적'정신적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건강을 챙기라고 조언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기대수명이 긴 장수국가이지만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국민 상당수가 장수하는 삶을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여길 정도로 불안한 심정으로 노년을 바라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건강한 인생의 세 가지 요소인 '육체'정신'사회적 건강'을 갖춰야 행복해질 것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행복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OECD 전체 36개 국가 중에서 27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OECD의 행복지수는 주거, 소득, 고용, 공동체, 교육, 환경, 일과 삶의 균형 등 10여 개의 평가항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낮은 평가 점수를 얻은 항목은 바로 '공동체'입니다. '공동체'란 항목은 여러 사람들과의 접촉 빈도와 높은 질의 인간관계를 측정하는 항목인데, OECD 국가 중에서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타인과 교류 빈도가 매우 낮으며,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갖고 있다는 결과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은퇴 후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이웃들을 많이 확보해, 행복한 노후생활을 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관계가 끊어지면서 고립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허술한 연금제도로 인해 경제적으로 노후빈곤에 시달리면서 동시에 외롭게 생활하게 되니, 참으로 암울한 노후생활이 예상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많은 개인적인 노력과 사회적인 개선이 절실합니다.

외국에서는 은퇴하고 나면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주거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웁니다. 이를 전문용어로 '공동체 속에서 나이 들어가기'(Aging in Community)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집을 마련하더라도 혼자서 살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도울 수 있도록 공동주택을 마련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유명한 사례가 유럽의 '코하우징'(Cohousing)입니다. 1960년대 덴마크에서 처음 시작되어 이제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거주 방법입니다. 여러 명의 지역민들이 개인생활 영역과 공동활동 공간을 하나의 주거에 포함시킨 생활조직인 셈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다세대주택과 같은 곳에서 식당, 도서관, 손님방을 공동으로 이용하면서도 각자의 집을 따로 마련해서 마치 일가 가족인 것처럼 친밀하게 지내는 주택을 말합니다. 이렇게 서로 모여서 취미활동, 경제활동, 간병 등을 함께 해결할 수 있으면서 외로움을 없앨 수 있습니다.

'코하우징'과 같이 이제부터 노후의 삶을 타인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주로 자녀들이나 친구들과 같이 노후생활을 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일로 바쁜 자녀들과 무리하게 같이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도 매우 협소한 인간관계를 가지게 되어 만족감이 떨어집니다. 오히려 자녀와 친구 중심의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나이대에 특별한 관계가 없는 지역주민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최상의 공동체 전략이 될 것입니다.

은퇴 후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첫째, 다양한 모임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사귀는 방법을 습득해야 합니다. 중'장년층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남이 다가오길 기다리는 소극적인 자세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타인에게 인사를 하더라고 나이, 가족관계, 과거에서 종사했던 직업과 같은 개인적인 신변사항을 물어서 관계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벼운 유머나 관심사를 물으면서 사귀는 세련된 교제방법을 잘 익히고, 적극적인 자세로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가지면 좋을 것입니다.

둘째, 취미나 여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은퇴 후에는 경제활동보다는 취미나 여가를 통해 사람을 사귀는 방법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사진, 서예, 여행, 산책, 원예, 골프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기면,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늘어나게 됩니다. 동호회와 같은 모임을 하게 되면 끈끈한 정을 가진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깁니다. 물론 취미나 여가를 좀 더 전문적인 수준으로 진지하게 하면 할수록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 자원봉사를 활용한 방법입니다. 선진국은 은퇴자의 40%가량이 자원봉사를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7% 수준으로 매우 낮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원봉사를 적극적으로 하게 되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자원봉사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봉사활동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이타적인 성격에다 성숙된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넷째, 자기계발의 기회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은퇴 후에는 문화센터나 평생교육원과 같은 배움의 기회가 많아집니다. 좀 더 적극적인 사람들은 방송통신대학이나 폴리텍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자기계발을 하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양한 직업이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사회적 건강을 챙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은퇴자들은 좋은 인간관계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직장을 중심으로 사람을 만나 왔기 때문에 친밀한 이웃과 친구가 많지 않고, 사귀는 사람들의 다양성도 낮습니다. 게다가 학연, 지연, 혈연, 종교활동을 중심으로 주어지는 인간관계에 익숙합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사회관계가 점점 약해지면서 노년의 외로움이 커질 것입니다. 주거, 취미나 여가, 자원봉사, 자기계발 등을 통해 적극적 인간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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