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잠깐만 죽을게
삼각형처럼
정지한 사물들의 고요한 그림자를 둘러본다
새장이 뱅글뱅글 움직이기 시작한다
안겨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안겨 있는 사람을 더 꼭 끌어안으며 생각한다 (……)
나 잠깐만 죽을게
단정한 선분처럼
수학자는 눈을 감는다
보이지 않는 사람의 숨을 세기로 한다
들이쉬고 내쉬는 간격의 이항대립 구조를 세기로 한다
(……)
잠깐만 죽을게,
어디서도 목격한 적 없는 온전한 원주율을 생각하며
사람의 숨결이
수학자의 속눈썹에 닿는다
언젠가 반드시 곡선으로 휘어질 직선의 길이를 상상한다
(부분.『수학자의 아침』. 문학과 지성사. 2013)
기하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측정하기 위한 학문이다. 측정하기 위하여 기하학은 지구를 단순화한다.
마찬가지로 시인도 우리 삶의 땅을 가늠하기 위하여 기하학으로 삶을 단순화하고 수축시킨다. 삼각형의 3은 고대로부터 신성한 수, 완벽한 수이다. 피라미드와 삼위일체, 삼족오, 별 등 수많은 상징들이 삼각형으로부터 상상되었다. 그리하여 그 완전한 삼각형은 정지해 있는 사물들에게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사물들을 운동하게 한다. 삼각형의 운동 그 자체는, 마치 맹목적 사랑이 그러하듯, 스스로를 자기 내부에서 발견할 수 없으므로, 안으로 수축하면서 스스로를 끌어안는 자기 긍정의 운동을 통해서 완전해진다.
또한 선분 '/'은 이항 대립으로 선과 악, 남자와 여자, 물질과 정신 등의 난폭한 경계를 세우지만 사실 그것은 들숨과 날숨 같은 것이어서 궁극적 경계가 없다.
물론 우리는 완벽한 원을 상상할 수도 없고 온전한 원주율로 우리 삶의 둘레를 확정할 수 없다. 그러나 우주의 중력에 의해 어떠한 직선도 휘어질 수밖에 없듯이, 우리 삶의 숨결을 통한 자기 긍정만이 직선을 직선답게 해 줄 것이다. 구부러진 직선, 아름답지 않은가?
시인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