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과일, 세계 식탁 공략] 영천 포도 싱글벙글 "과일 최초 중국 갑니다"

국내 최대 포도 생산지인 영천의 김해춘 씨. 거봉 포도를 키우며 중국 수출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최대 포도 생산지인 영천의 김해춘 씨. 거봉 포도를 키우며 중국 수출에 대비하고 있다.

포항 오지마을인 죽장면 상옥리. 산골 마을로 불리지만 이 마을 사람들도 최근 '외화벌이'를 시작했다. 이곳 친환경농업지구에서 생산된 여름 토마토가 지난 20일 출하된 이후 본격적인 수출길에 오른 것이다.

죽장 상옥 토마토는 10월까지 경북통상㈜'홍원물산을 통해 '입맛 까다로운' 일본으로 수출된다. 경북통상은 주당 평균 6.5t, 홍원물산은 주당 2~3t을 수출할 예정.

올해는 60여 농가가 40여㏊의 면적에서 3천500t을 생산, 이 중 360t을 일본으로 수출한다. 산골 오지에서 3억원이 넘는 수출고를 올린다. 나머지는 국내용으로 소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최대 과일 산지 경북의 과일이 외국인의 식탁에 잇따라 올라가는가 하면, 국내에서는 다양한 얼굴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수출산업이자, 고부가가치'아이디어 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포도, 만리장성 넘을 채비

포도의 중국 수출길이 활짝 열렸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 24일 자로 '한국산 포도 생과실의 중국 수출검역요령'을 고시함에 따라 인구 세계 1위 13억 중국 시장으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초까지 어떤 국산 과일도 중국 수출이 불가능했지만 한'중 양국 검역 당국이 지난 4월 식물검역 요건에 합의, 과일 중 최초로 포도의 중국 수출이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영천이 바빠졌다. 영천은 국내 포도 재배면적의 14%를 차지하는 전국 최대 포도 주산지. 지난해 4천885농가가 2천340㏊에서 3만3천220t을 생산했다.

영천시는 중국 수출에 대비, 광폭 비가림시설 지원을 통해 포도의 당도를 키워놨다. 이랑과 이랑 사이의 간격을 기존 2m에서 2.7∼3m로 넓혀 일조량을 늘리고 통풍을 개선, 명품포도를 생산 중이다.

영천 서산동에서 광폭 비가림시설로 거봉 포도를 생산하는 김해춘(50) 씨는 "포도밭 3.3㎡당 수입이 4만원에 이를 정도로 높은 소득을 거둘 수 있다"며 "포도 품질을 높여 중국에 수출할 경우, 더 큰 수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영천 금호농협은 올해 머루 포도(MBA)를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곧 수출단지 지정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금호농협은 2002년부터 10년간 매년 캠벨 포도 50∼100t을 미국에 수출했다. 2013년부터는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매년 거봉 포도 10t을 수출했다. 올 들어서도 거봉 포도 4t을 동남아에 수출했다.

영천시농업기술센터 정재식 소장은 "중국에는 5년 전 이미 미국과 일본의 포도가 수입돼 현지 상류층을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다. 한국의 고급 포도를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 현지보다 품질이 우수해 새로운 거대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산 포도는 지난해 미국, 싱가포르, 홍콩, 베트남,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등지로 약 583t 수출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민주석 수출지원과장은 "서해 페리호를 이용할 경우, 10여 시간이면 중국에 도착할 수 있고 물류비도 싼 편이다. 올해 중국 수출이 시작되면 포도 수출량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거봉 포도는 동남아 입맛 사로잡아

김천 거봉 포도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새김천농협(조합장 이용택)은 지난달 15일부터 거봉 포도를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 등 동남아시아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2011년 첫 수출을 시작으로 꾸준히 수출 물량을 늘려온 김천 거봉 포도는 올해 이달 25일까지 약 25t, 14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올해 모두 153t, 60만달러어치가 수출될 예정이다.

특히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컨테이너 수출은 기존 2㎏ 상자 단위 수출 방식이 아니라 소포장 팩 작업을 통한 수출. 2㎏기준 3천 상자 분량이 한꺼번에 수출된다.

해외로 나가는 거봉은 국내 유통단가에 비해 무려 25%나 값을 더 받는다.

◆계절을 뛰어넘어 달려온 사과

사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름이면 풀이 죽었다. 신선하고 맛있는 사과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문경'영주'예천'군위'상주 등 전국 최대 사과 산지 경북 북부에서 여름사과 '썸머킹'이 시범재배 중이다. 그동안 여름사과를 대표해왔던 일본 품종 쓰가루(아오리)를 밀어내고 우리 여름사과가 등장한 것이다.

당도와 맛이 뛰어난 데다 재배가 더 쉽고 수확량까지 많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썸머킹의 등장으로 아오리는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조생종 '썸머킹'은 농촌진흥청이 '후지'에 '골든데리셔스'를 교배한 뒤 적응시험을 거쳐 2013년 신품종으로 등록됐다. 8월 초가 성숙기이며 저장성 또한 괜찮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썸머킹은 당도와 산도(당도 13∼14Brix, 산도 0.40∼0.46%)의 비율이 적당하고 과육이 단단하며 과즙이 많다.

무게는 270g 안팎으로 30∼40%가량 붉은색으로 착색됐을 때가 맛과 저장력이 가장 좋다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농진청은 '썸머킹' 품종의 보급 확대와 홍보를 위해 30일 문경시 농업기술센터에서 평가회 및 시식회를 연다. 썸머킹은 각 지역농협이 시판 중이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중에 나올 예정. 가격은 아오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경훈 문경시 사과담당은 "이제 여름사과는 '썸머킹'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사과, 자판기 시대도 열렸다

'청송사과' 브랜드를 키워낸 청송군(군수 한동수)이 최근 국내 최초로 '청송사과 자판기'를 개발'설치했다. 거리에서 사과를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주왕산국립공원 입구에 설치된 사과자판기는 1년 내내 가동돼 커피처럼 쉽게 사과와 사과즙을 뽑아 먹을 수 있다. 자판기는 저온저장으로 사과'사과즙의 신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사과 1개가 1천500원, 사과즙 1봉이 1천원으로 주왕산을 찾는 등산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청송사과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사과자판기에 사과를 공급하는 청송사과유통공사(사장 권명순)는 1년 내내 크기와 맛이 일정한 사과를 선별해 보관 중이다. 오존수로 씻어 신선함과 아삭함이 살아있으며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별한 홍보 없이 사과자판기를 설치했지만 설치 열흘 만에 물건이 동날 정도로 이용객이 많다. 군은 서울 서초구청과 청계산, 지하철 도봉역 등의 요청에 따라 서울에 사과자판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한동수 청송군수는 "서울 등 전국을 넘어 세계무대에까지 도전하겠다. 사과는 이제 어느 공산품 부럽지 않은 산업화 품목"이라고 했다.

영천 민병곤 기자 포항 이상원 기자 문경 고도현 기자 김천 신현일 기자 청송 전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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