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라시아 친선특급 2015] <제11신> 러-유럽 궤도 달라 열차 표준궤로 바꿔

나폴레옹 침공 겸험한 황제, 침략 막기 위해 규격 달리해

29일 벨라루스 공화국 브레스트역에서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의 바퀴를 표준궤에 맞게 갈아 끼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유라시아 친선특급이 러시아 국경을 넘어 29일 오전(현지시간) 벨라루스 공화국 브레스트 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이른바 '대차교환'. 이것은 러시아 철도를 타고 넘어온 열차의 바퀴를 유럽 철도 레일 폭에 맞는 바퀴로 교체하는 작업이다.

열차는 레일 폭이 1천435㎜인 철도를 국제표준으로 삼는데 이것보다 폭이 큰 것은 광궤이다. 러시아 철도는 레일 간 폭이 1천520㎜로 광궤에 속한다. 따라서 유럽 철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표준궤에 맞는 열차 바퀴를 장착하는 과정이 필수다. 현재 유럽과 중국, 남북한 등 대부분 나라의 철도는 국제표준궤이다. 광궤를 쓰는 나라는 러시아, 몽골을 비롯해 핀란드(1천524㎜), 아일랜드(1천600㎜), 스페인, 포르투갈, 인도, 파키스탄(이상 1천676㎜)이다.

철도 전문가 박은경 동양대 교수는 "러시아 철도가 광궤인 이유는 나폴레옹의 침공을 경험한 러시아 황제가 적국의 침략을 방어할 목적으로 표준궤와 다른 독자적인 궤도 규격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열차 내 입국 심사를 위해 잠시 승강장에 정차한 친선특급 열차는 대차교환을 위해 승객을 내린 후 작업 공간으로 이동했다. 대차교환 작업은 20여 명의 작업자가 1시간 만에 완료할 정도로 간단했다. 작업자들은 16개 객차를 하나씩 분리한 후 빠른 진행을 위해 두 개의 선로에 객차를 분산시켰다. 객차 1량당 바퀴 4개가 달린 차대 2세트를 통째로 떼어낸 후 자동차 정비소에서 리프트로 차체를 들어 올리듯 객실 차량을 1.5m 정도 들어 올렸다. 기존의 바퀴 차대는 밀어내고 표준궤 바퀴 차대를 끌어와 그 자리에 놓고 열차 몸통을 내리자 자동으로 바퀴가 맞춰졌다. 마지막으로 원래대로 16량의 객차를 연결하니 작업은 끝이었다.

알렉산드로 미하일 뎁스크 브레스트 역 대차교환 책임자는 "승객과 물류 수송의 차질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차교환 작업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 대차교환 자동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러시아 철도의 광궤와 표준궤를 대차교환 없이 달릴 수 있는 궤간가변고속대차기술을 개발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공식 일정을 사흘 남긴 친선특급은 이날 오후 K-POP 콘서트가 열리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30일 독일-폴란드 과거사 화해 공유 세미나를 마친 뒤 통일기원행진이 예정된 마지막 종착지 베를린으로 향한다.

벨라루스에서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kr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