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돌 그룹의 히트곡들이 공연장에 흘러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환호성이 울렸다. 영민, 민우, 정민 등 케이팝(K-Pop) 유명 가수들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와 팻말이 파도처럼 흔들렸다. 관중들은 모두 일어선 채 야광봉을 흔들며 우리말 노래를 능숙하게 따라 불렀다. 조명이 꺼지고 여성 아이돌 그룹 '오렌지 카라멜'의 노래 '마법 소녀'의 전주가 흐르자 공연장 지붕을 날려버릴 듯한 함성이 또 한 번 터졌다.
그런데 무대에 오른 오렌지 카라멜은 한국인이 아닌 푸른 눈과 금발의 폴란드 소녀들이었다. 신기하게도 관중석을 가득 메운 폴란드 10대 소녀들은 마치 오렌지 카라멜의 실제 공연을 보는 것처럼 열광했다. 이어 등장한 빅뱅, 시스타, 샤이니 등 10개 팀에게도 환호와 함성이 쏟아졌다. 비록 짝퉁이지만 자기 또래들이 펼치는 화려한 댄스 퍼포먼스에 폴란드 청소년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가 29일 K-Pop 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오후 6시(현지시간) 바르샤바 팔라디움 극장에서 진행된 K-Pop 커버댄스 경연대회는 말로만 듣던 동유럽 한류팬의 K-Pop 사랑을 실감케 하는 자리였다. 티켓 1천500장은 하루 만에 다 팔렸다. 현지인들이 K-Pop 가수의 댄스를 따라하고 실력을 겨루는 이 대회는 전 세계 K-Pop 열기가 최고 정점에 달했던 2011년부터 시작됐다. 주폴란드 한국대사관이 현지 한류 팬들을 위해 해마다 대회를 열어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특히 올해 대회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방문에 맞춰 기획돼 한국 아이돌 그룹 '보이 프렌드'의 공연도 보너스로 펼쳐졌다.
이날 대회에는 39개 팀 100여 명 가운데 예선을 통과한 10개 팀이 실력을 겨뤘다. 1등 팀에게는 트로피와 오는 10월 서울에서 개최하는 K-Pop 한국 결선대회 출전권이 주어졌다. 유라시아 친선특급에 합류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직접 무대에 올라 시상을 해 눈길을 끌었다.
폴란드는 K-Pop 열풍이 거센 곳으로 알려져 있다. 폴란드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현재 1천 명에 달하는 K-Pop 팬이 있다. 동유럽 최초로 K-Pop 댄스 경연대회가 시작된 곳도 폴란드다. 4년 전 바르샤바 문화과학궁전 앞 광장에 400명이 넘는 폴란드 젊은이들이 모여 K-Pop 공연 요청 플래시몹을 벌인 일화는 유명하다.
해마다 빠지지 않고 대회를 찾았다는 야냐(22) 씨는 "노래도 신나지만 스타일과 댄스가 화려해 좋아하게 됐다"고 K-Pop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유라시아 친선특급 참가자 최수영(26'한국외대 폴란드어과) 씨는 "현지 K-Pop 열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노래 하나로 폴란드인들과 소통하고 하나가 된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고 말했다.
바르샤바에서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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