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롯데 '왕자의 난' 2라운드…후계구도 다툼 운명 가를 변수는?

롯데홀딩스 주총 주목, 서로 "주도권 쥐고 있다"

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
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

롯데가(家) 형제의 난이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27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으킨 '반란'을 차남인 신동빈 롯데회장이 바로 다음날 신 총괄회장을 퇴진시키며 반격할 때만 해도 승패는 신 회장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두 형제는 한국'일본 롯데 지배구조의 핵심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을 서로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재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판가름?

롯데그룹의 후계 다툼은 이제 한국'일본 롯데 지배구조의 핵심(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를 누가 장악하느냐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주도권을 서로 쥐고 있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홀딩스는 비상장법인이어서 한국은 물론 일본 현지에서도 정확한 지분 구조가 베일에 싸여 있다.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이 28%, 일본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소규모 포장재 회사 광윤사(光潤社'고준샤)가 27.65%, 신동주'동빈 형제가 20% 안팎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이 중 광윤사는 신 총괄회장이 3%, 신동주'동빈 형제가 각각 29%를 나눠 가지며 대치하는 형국이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우세를 주장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29일 "신 회장이 이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의 과반을 확보했다"면서 "우호지분이 최대 70%까지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일단 신 회장이 자신의 지분 20% 외에도 우리사주 지분 12%, 광윤사 지분 27.65%를 대표하는 이사들을 우호 세력으로 확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런 설명은 논란에 휩싸였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현지 언론을 통해 "롯데홀딩스의 의결권은 아버지가 대표인 자산관리 회사가 33%를 지닌다. 나는 2% 미만이지만 32% 넘는 종업원 지주회사를 합하면 3분의 2"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입장자료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신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과 28일 신 총괄회장의 구두 해임 시도를 무효로 한 것은 우호 지분이 우세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흐름에 비춰볼 때 롯데그룹의 후계자 다툼은 조만간 소집이 예상되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판가름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신 전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동생인 신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신 회장은 이미 지난 15일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돼 법적 정당성을 갖춘 마당에 다시 주총 개최로 표 대결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사태, 안갯속 형국

롯데그룹 후계 다툼은 결국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총까지는 상당한 변수가 있다.

한국 롯데 관계자들은 신 총괄회장이 27일 신 회장 등을 해임한 것을 두고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행한 인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신 전 부회장은 30일 자신을 다시 롯데홀딩스 사장에 임명한다는 신 총괄회장의 서명 지시서를 공개했다. 또 신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에 대한 해임 지시서도 함께 내놓았다.

신 전 부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임 지시서를 공개하면서 "신 총괄회장이 건강하며 판단력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이 해임 지시서를 전격 공개한 것은 지난 27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에 대한 해임 조치가 신 총괄회장의 뜻이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행은 아버지의 뜻이었으며 이사들을 전격 해임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며 "쿠데타라는 표현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신동주'동빈 형제의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코(88) 씨가 30일 오후 한국으로 입국하면서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나 광윤사의 지분 확보 외에 이번에는 부친을 설득할 수 있는 '모친의 의중'은 어디에 있는가를 두고 다시 궁금증이 증폭되는 형국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