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찜통 컨테이너'에 방치된 동네 치안 파수꾼

자율방범대 5년 새 300여 명 줄어들어…사비 들여 운영

"봉사 정신으로 일하지만 솔직히 여름만 되면 두렵습니다."

자율방범 순찰대원들이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있다.

구'군청에서 지급하는 활동 보상비가 턱없이 부족해 대다수 순찰대원들이 좁고 편의시설이 없는 낡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데다 사비까지 털어 운영 경비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달서구의 한 자율방범순찰대 컨테이너 박스. 골목길 가운데 한편을 차지한 이곳은 오후 9시가 되면 문을 연다. 28명의 방범순찰대원이 머물 수 있는 곳이라고는 18㎡ 남짓한 이 컨테이너 박스가 전부다. 대원들은 순찰 활동 중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회의를 한다. 대원 김모(55) 씨는 "28명이 생활하다 얼마 전에는 박스 바닥이 꺼져 대원들 사비를 들여 보수 공사를 했다. 군데군데 썩어 악취도 많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3년 전쯤 근처 여관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며 버린 에어컨을 설치해 놓아 다른 곳에 비해 그나마 이곳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달서구의 또 다른 자율방범대 컨테이너 박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약 50㎡ 규모의 박스에서 30여 명의 대원이 활동한다. 이곳 대원들은 좁은 공간에 한꺼번에 다 모일 수 없어 지구대나 주민센터에 가서 회의를 하고 있다. 한 대원은 "사비를 들여 공간을 늘리고 싶어도 인근 주민들이 주차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반대해 공간을 늘리지도 못한다"고 푸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율방범대원 수는 감소 추세에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 4천385명이었던 자율방범대원 인원이 5년이 지난 29일 현재 4천51명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자율방범대에 지급되는 활동 보상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군에서 지급하는 활동 보상비는 매달 10만~30만원 선이다. 차량유지비나 난방비, 전기료 등으로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한 자율방범대 대장은 "대원들이 한 달에 1만~1만5천원을 내서 부족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심지어 순찰차가 없는 곳에는 자차를 가지고 와 순찰을 돌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들은 "방범대원들이 지역 치안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이고 방범연합회에서도 공간이나 예산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이 많지만 예산 부족으로 보상비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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