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훔쳐온 문화재 내주는 한국, 약탈 문화재 숨기는 일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란 책을 내놓았다. 일본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한국에서 문화재를 수집한 정황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오구라 컬렉션의 전말을 밝혔다. 경주 금관총 출토 유물 곡옥과 귀걸이 등 당연히 우리나라 박물관에 보관돼 있어야 할 문화재들을 담았다.

오구라는 일제강점기 대구에 정착해 전기사업으로 떼돈을 벌었던 인물이다. 그는 밀거래, 도굴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국 문화재를 그러모았다. 책은 오구라가 수집한 주요 유물이 어떻게 반출되었는지에 대한 정황을 소개하고 있다. 당시의 신문기사와 조사보고서, 경매 도록 등을 분석해 그의 문화재 수집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을 밝혔다.

일제강점기 수많은 일본인들이 우리 문화재를 빼갔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문화재가 반출됐는지 확인조차 어렵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우리 정부가 반환을 요구한 것은 약 4천 점이었고 일본은 이 중 문화재적 가치가 덜한 1천431점만 반환했다. 문화재재단은 일본 내 한국문화재가 6만6천800여 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구라 사망 후 그의 아들이 1984년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한 한국문화재만 1천30점이었다. 이른바 오구라 컬렉션이다.

일본은 한국에서 반출해간 문화재 목록을 작성했으면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일본 시민단체인 '한'일 회담 문서 전면공개를 요구하는 모임'과의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한국 검찰은 최근 2012년 일본 대마도의 신사에서 절도범이 훔쳐온 동조여래입상을 일본에 반환했다. 반면 일본 고등법원은 지난해 한국 문화재 목록이 공개될 경우 한국이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일본 외무성의 요구를 수용해 문서 비공개를 결정했다. 이들 문화재는 반출 경위의 불법성이 의심되는 것들이다.

한국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일본에 약탈 문화재 반환을 요구해야 하고, 일본 정부는 문화재 반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반출 문화재를 반환하는 것이야말로 일제 침략의 역사에 대한 반성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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