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의 재발견
앨러스테어 보네트 지음/박중서 옮김/책읽는수요일 펴냄
도시의 예전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도시의 빌딩 숲을 벗어나 골목을 돌아다니며 옛 정취와 고유한 이야기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또 여유롭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해 도시를 떠나 귀촌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 자신들의 정체성이 사라진 공허한 도시에 애착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 점점 도시화돼 '어디도 아닌 곳'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며 마치 자신의 일부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저자는 이러한 애착을 토포필리아, 즉 '장소에 대한 본질적인 사랑'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토포필리아는 추억의 비밀 장소가 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 한 줌 땅을 차지하기 위한 열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정착하지도 탈출하지도 못하는 도시인들의 향수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세계의 이색적인 장소를 소개한다. 그리고 수수한 골목 모퉁이, 도시의 빌딩 숲 사이, 사라져버린 섬들, 옛 도시의 숨겨진 터널, 도로와 도로 사이의 주인 없는 땅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곳에 숨겨진 인간의 다양한 정체성과 장소 고유의 사회'문화'정치'역사적 의미를 탐색한다.
저자는 또 사람들이 쉽게 관심을 갖지 않는 장소를 직접 찾아간 경험담도 들려준다. 도로와 도로 사이에 존재하는 자투리땅인 교통섬은 특별한 가치가 있거나 어떤 목적을 갖고 만든 곳이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곳의 과거 사진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며 주변 환경과 단절된 경관이 주는 상실감, 이곳에서 사라져버린 역사에 대해 아야기한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낯선 장소들이 여전히 가득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41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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