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전 9시 대구시 남구 대명동 낙동강 승전 기념관. 사뭇 진지한 표정을 한 129명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모였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자유총연맹 대구광역시지부(지회장 이석열)가 주관하는 '낙동강 방어선 전투현장 탐방'에 참가한 학생들이었다. 29~31일 2박 3일의 일정으로 진행된 탐방은 6'25전쟁 당시 최후의 보루였던 낙동강 방어선 전투 현장이 주요 코스다. 학생들은 6'25전쟁의 교훈을 배우고 호국 영령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탐방의 시작점에서 진지하게 출정식에 임했다.
탐방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의 지원자가 몰려 큰 인기를 모았다. 6월 15일부터 한 달간 받은 지원자는 총 139명. 모집인원 120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가운데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학생들도 있었다. 여군이 꿈인 신명고등학교 2학년 오예빈(17) 양은 '꿈의 뿌리'를 찾고자 탐방에 지원했다. 오 양은 "학교 선생님이 '경찰이나 군인이 되고 싶은 학생이라면 참가해 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추천해 주셔서 경찰이 되고 싶은 단짝 친구와 함께 지원했다"며 "우리나라 곳곳에 남아있는 전쟁 흔적을 보니 마음이 경건해졌다"고 했다.
탐방 단원 가운데는 다문화가정 학생도 있었다. 김민준(14) 학생은 중학생이지만 우리나라의 역사를 둘러보기 위해 참가하게 됐다.
탐방은 낙동강 방어선 전투 현장 총 15곳을 3일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첫날에는 영천 신녕지구전승비, 영천호국원, 경주 안강지구전승비, 포항해병1사단 등을 둘러봤다. 학생들의 인기를 가장 많이 끈 곳은 포항해병1사단이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실제 해병대병영 체험을 했다.
한 학생은 "TV로만 보던 해병대 군인 아저씨들을 직접 보니 신기했고 나라를 강인하게 지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수륙양용장갑차를 직접 탑승해보는 등 병영 체험을 했다. 황송의(17) 양은 "장갑차를 타고 바다를 내려다보는 기분은 정말로 신기했다"며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을 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저녁에는 특별한 만남이 준비됐다. '전쟁 세대와의 대화'가 오후 7시 40분부터 1시간가량 진행됐다. 특강을 진행할 전쟁세대 대표는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했던 손배익 할아버지. 손 할아버지는 눈앞에 있는 129명의 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인 18세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참전용사다. 학생들은 손 할아버지의 살아있는 전쟁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진지한 시간을 보냈다. 한 학생은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 가운데 '목숨은 쉽게 잃는 것이 아니다'며 어떤 어려움도 용기 내 극복할 것을 강조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다른 한 학생도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해 큰 업적을 세우셨는데 현재는 그에 걸맞은 예우를 우리 세대가 하지 않아 매우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이튿날 저녁에는 북한이탈주민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강연은 강소연 남북하나통일예술단장이 진행했다. 학생들은 평소 북한에 대한 실상과 고민거리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허준영 자유총연맹 중앙회장은 "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소년들이 역사를 기억하고 되새기고자 이번 캠프에 참가했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라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 우리의 역사를 올바로 알고 선조들의 피와 땀으로 지켜낸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다양한 계기사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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