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학계 거장들의 자취를 찾아서'.
대구중앙고등학교가 학교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해외 문학 기행을 진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중앙고 학생 23명과 인솔 교사 2명으로 구성된 문학 체험단은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일대를 찾았다. '러시아 문학의 거장을 만나다'를 주제로 한 여행길이었다. 해외 문학 기행은 이번이 세 번째. 2013년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 선생의 발자취를 더듬어본 중국 문학 기행을 다녀왔고, 지난해 일본 문학과 윤동주 시인의 양심을 찾아가는 일본 문학 기행을 진행했다.
이번에 러시아로 문학 기행을 떠난 학생들은 사전에 러시아 문학과 문화, 역사 등에 대해 공부한 뒤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일행은 문학박사 학위를 가진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인류학 박물관 관람을 시작으로 여름궁전, 페트로파블로브스크 요새, 도스토옙스키 문학기념 박물관, 마린스키극장 등을 둘러봤다. 모스크바에서는 톨스토이 박물관, 베데엔하 우주박물관, 푸시킨 동상과 카페, 참새 언덕 등을 탐방했고 크렘린 궁전과 붉은 광장, 모스크바 국립대도 방문했다.
문학 기행을 다녀온 학생들은 저마다 생각과 시야가 더 넓어졌다고 전했다. 조연도(2학년) 학생은 "유명한 고전 '죄와 벌'의 배경이 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여정이 정말 인상 깊었다"며 "마치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여행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톨스토이 단편선을 즐겨 읽는다는 강규진(2학년) 학생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톨스토이 박물관을 꼽았다. 그곳에서 톨스토이의 친필 원고와 유년 시절 사진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잘 보존된 문인들의 생가와 흔적들을 정리해둔 박물관을 보니 러시아인들이 얼마나 자국 문학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며 "우리도 우리나라 문인들을 아끼고 세계적으로 알려나가는 데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종탁(1학년) 학생은 "훌륭한 문학 작품과 건축물을 접하면서 인간이 위대한 존재라는 걸 새삼 느꼈다"며 "초등학교 교사가 되면 어린 제자들에게 이번 문학 기행의 소감을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번 문학 기행은 인솔 교사에게도 인상적인 여행이었다. 장명분 교사는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곳곳에 미술관과 박물관, 예술가들의 동상이 무척 많았다"며 "도스토옙스키나 푸시킨, 톨스토이와 같은 문학 거장의 삶과 정신뿐만 아니라 차이콥스키 등 세계적인 음악가의 숨결과 정신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대구중앙고는 앞으로도 문학 기행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올 2학기에는 국내에서 이효석 문학 기행을 다녀오고, 내년에는 다시 해외로 눈을 돌린다.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잉글랜드와 해리 포터 시리즈의 배경이 된 스코틀랜드를 중심으로 한 영국 문학 기행, 오타루 시립문학관과 도립 문학관 등을 둘러보는 일본 홋카이도 문학 기행 등을 고려 중이다.
대구중앙고 최진연 교장은 "학교 안에서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체험을 통해 세계관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문학 기행이 관련 교과를 공부하는 것뿐 아니라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