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입시에선 수시모집,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아직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와 달리 다수 일반고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보다 기존 관행대로 수능시험 준비에만 치중하고 있어 바뀐 대학입시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가 경상북도교육청과 손을 잡고 경북 지역 일반고 학생들을 위한 학생부 종합전형 대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현장과 경북도교육청의 관련 정책 방향을 소개한다.
◇"자소서 첨사 지도 받으니, 속이 후련해지네요"…'캠프' 시작 포항 세명고 표정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는 경상북도교육청과 함께 학생부 종합전형을 대비해 '찾아가는 대입 수시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캠프에선 자기소개서 대면 첨삭 지도, 지역 대학교수들이 면접관으로 참여한 모의면접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세명고를 비롯해 구미여고, 안동여고, 경산고, 순심여고 등 5개 고교 500여 명이 참가했다.
◆캠프 첫날=이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된 곳은 포항 세명고등학교(교장 이상배). 지난달 30, 31일 세명고 학생(3학년 50명, 2학년 30명, 1학년 20명)들은 학생부 종합전형 대비 방법과 자기소개서 작성법에 대한 특강을 듣고 자기소개서 첨삭 지도, 모의 면접 과정도 경험했다.
첫날 오전 특강에 나선 이는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김기영 연구실장. 그는 "자기소개서를 제대로 쓰려면 학생부를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학생부 항목에서 수상 경력,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 중 진로'동아리활동, 교과학습발달 상황, 독서활동 상황을 살펴보고 자신의 장점을 끄집어낸 뒤 자기소개서의 소재로 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학생들은 4개로 나뉜 부스에서 차례로 자기소개서 대면 첨삭 지도를 받았다. 미리 이메일을 통해 자기소개서를 받아 훑어본 상담요원들은 학생들과 마주 앉아 "어떤 노력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고교생활 동안 해온 활동을 모두 적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독특한 것 위주로 적어라" "글 자체를 잘 쓰는 것보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더 신경을 쓰는 게 낫다" "교과 지식을 확장시킬 독서 내용을 적는 게 좋다"는 등 다양한 부분을 조언했다.
자기소개서 첨삭 과정을 경험한 학생들의 표정은 조금씩 엇갈렸다. 지적받은 부분이 많아 한숨을 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의문점이 풀렸다며 웃음꽃을 피우는 학생도 있었다. 간호학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최혜민(3학년) 양은 "학생부 종합전형을 노리고 있지만 대비 방법을 잘 몰라 답답했는데 이젠 속이 좀 후련해지는 것 같다"며 "특히 영어 토론 등 동아리 활동 등 학술적인 활동에 초점을 맞춰 서류를 정리하라는 말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윤소영(3학년) 양은 자기소개서 작성법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들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윤 양은 "첨삭 지도 때 자세하게 짚어주셔서 고마웠다. 특히 독서 활동에 대해 신경을 쓰라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다시 쓰려면 이번 한 달은 아주 바쁠 것 같다"며 웃었다.
◆캠프 둘째 날=이튿날에는 경북대 입학본부의 허경아 입학사정관이 '대학입시 변화에 따른 전략'에 대해 특강을 진행했다. 오후에는 전날처럼 자기소개서 대면 첨삭 지도가 이어졌고, 지역 대학교수들이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모의면접도 실시됐다.
면접관으로 학생들을 만난 경북대 경영학부 김진산 교수는 "이 같은 면접이 낯설어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며 "자기소개서 내용에 대한 것이라면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하고 면접관과 눈 맞추기, 손동작과 목소리 조절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대 사범대 백상수 학장(유아특수교육과)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좀 더 다양하게 진로'동아리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세명고 황현교 교감은 이 같은 기회가 학생, 교사들이 수시모집을 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겼다. 황 교감은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비해 서류를 잘 준비해야 한다는 건 알아도 실제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어서 이번 프로그램은 상당히 효과적일 것"이라며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도 이 같은 프로그램을 접해봐야 변화하는 입시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본다"고 했다.
한편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세명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자기소개서 특강, 모의면접이 '도움이 됐다'는 답변이 각각 80, 96%에 이르렀다. 자기소개서 대면 첨삭 경우 학생 1명당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음에도 57%의 학생이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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