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대한민국, 이대로 가는가

용미봉중 넘어 전쟁국가 직전 일본

중국과 웃음 흘리며 관계 개선 적극

안보 뒷전 정치권, 대오각성 필요해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의 정치적 고향은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下關)이다. 도쿄에서 태어났지만,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을 제국주의의 막내로 탈바꿈시킨 메이지유신의 정신적 지주가 된 요시다 쇼인의 고향,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가 그의 지역구(중의원)이다.

아베 신조는 기업체에 근무하다가 아버지(아베 신타로'安倍晉太郞)가 나카소네 내각의 외상이 되자 그 비서관으로 정치적 역정을 시작했다. 1991년 부친인 아베 신타로가 급서하면서 지역구(당시 야마구치 1구)를 물려받아 중의원에 당선됐다. 37세, 1993년의 일이었다.

'부동심'(不動心)을 정치적 화두로 삼아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결단을 내려가는 아베 신조는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총리(96대)에 당선되면서 정치'경제'외교 삼박자로 '일본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잃어버린 20년'을 되돌리기 위해 경제 스승인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가 설계한 아베노믹스를 통해 3개의 화살을 마구 쏘아대고 있다. 금리 정책, 재정 정책, 민간투자 활성화로 나타나는 아베노믹스는 상당한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정치'외교적으로는 일본의 특유한 결정 결함 성향을 탈피하고 있다. 국내외적 반발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평화헌법을 뜯어고치면서 전쟁국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기미만 있어도 당사국의 동의 없이 군대를 보낼 수 있도록 평화헌법을 완전히 뜯어고치기 일보 직전이다. 당연히 이웃 국가인 우리나라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승인받기 전에 군대를 보내는 것은 어림없는 짓이라고 하지만, 언제 일본이 믿을 수 있는 나라였던가.

급하면 미국도 치는 나라다. 진주만을 공습하면서는 전날까지 미'일 위장 평화협정을 맺어 미국을 안심시키고, 불시에 공습을 감행하여 미국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일설에는 일본이 미국의 핵폭탄이 2개뿐인 사실을 알았더라면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원폭 투하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더 끌었으리라는 설도 나오지 않는가. 그런 일본을 겁내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핵폭탄을 맞으면서도 나라를 일으켜 세운 무서운 일본이 과거에만 연연하는 한국을 무시하는 기류도 없지 않다. 종전까지는 미국을 이용하여 중국을 견제하려던 용미봉중(用美封中)의 태도를 보였으나 이제는 용미봉중을 뛰어넘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아베 신조는 시진핑 주석과 웃음을 주고받으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위기 아닌 위기이다.

광복 70주년, 을미사변 120주년을 맞아 도처에 위기는 널려 있는데, 우리 정치권은 위기를 위기로 여기지 않는 불감증에 걸려 있다. 허구한 날 국정원 댓글이니, 국정원 해킹 사건이니 하면서 안보를 우습게 여긴다. 나라 소중한 줄 모른다. 정쟁에 빠져 정신 줄을 놓고 있다.

또 정부는 시위꾼이 늦잡친 제주해군기지 건설 추가 비용을 세금으로 메운다고 하질 않나, 민사로 끝내야 할 대형 사건사고에 수천억원대 세금을 들이붓질 않나, 청년 백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는데도 별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세도 문제다. 선진국은 60세를 넘어 75세까지를 신중년(新中年'active senior)이라며 어떻든 일하면서 세상을 위해 유익하게 살라고 가르치는데 우리는 그저 한 오십만 되면 수백만원씩 연금 타며 산에나 오르내린다. 그래도 좋은 것인가?

매킨지 보고서가 '대한민국은 서서히 끓어오르는 냄비 속의 개구리와 같다'고 한 게 일 년 전인데, 개구리 신세가 된 한국의 지도자들은 점점 뜨거워지는 냄비 속에서 뛰쳐나갈 준비도 생각도 없이 쌈박질만 계속하고 있다. 아, 대한민국 정녕 침몰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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