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난방이 잘되는 병원에서 종일 생활하다 보면 바깥 날씨에 둔감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점심을 먹으러 병원 문을 나서면 훅 하고 밀려드는 열기가 사우나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밤은 또 어떤가. 최저기온이 25℃ 이상이라는 열대야가 연일 지속되면서 밤잠을 설치는 일이 잦아진다.
이쯤 되면 피서(避暑), 더위를 피해서 떠나는 것이 간절해진다. 다산 정약용의 글에는 8가지의 피서법이 소개돼 있다. 깨끗한 대자리에서 바둑 두기, 소나무 단에서 활쏘기, 빈 누각에서 투호 놀이,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뛰기, 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 동쪽 숲 속에서 매미 소리 듣기, 비 오는 날 시 짓기, 달 밝은 밤 발 씻기 등이다. 특히 발을 씻는 '탁족'(濯足)은 아직도 널리 사랑받는 피서법이다. 조선시대 정조는 신하들에게 "더위를 물리치는 데는 책을 읽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했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좋아하는 책 한 권 펼쳐 읽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으리라. 그러고 보면 피서라는 게 별난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더위를 잠시나마 잊는 것일 수 있다.
이런 폭서기에는 냉방병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많다. 두통이나 콧물, 재채기, 피로감 등의 증상 탓이다. 냉방병은 무더운 바깥 기온과 찬 실내 기온의 차이가 심할 때 몸이 적응하기 어려워 나타나는 증상이다. 따라서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실내외 온도차를 5도 이상 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주 실내공기를 환기시키거나 바깥 공기를 쐬는 것도 좋다.
반대로 너무 더운 환경에서 일하거나 운동을 하다가 온열질환에 걸리기도 한다.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우선 기온이 치솟는 한낮에는 야외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그게 어렵다면 자주 그늘에서 쉬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해야 한다
열대야로 인해 수면 부족과 피로감, 집중력 저하, 두통,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기온이 높으면 잠자는 동안 체내 온도 조절 중추가 발동, 중추신경계가 흥분하면서 몸을 자꾸 뒤척이고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적절한 실내 온도 조절과 초저녁에 30분 정도 가볍게 운동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좋다.
음식도 조심해야 한다. 더위에 잃어버린 입맛을 핑계를 식사를 자꾸 거르거나 지나치게 찬 음식만 찾는 것은 좋지 않다. 음식이 쉽게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식중독이나 장염에 걸리지 않도록 음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여름이 독서의 계절이 아니란 법도 없다. 시원한 그늘 아래서 좋아하는 책 한 권 읽으며 건강한 여름나기를 하시길 바란다. 어느 신학자는 말했다. "내가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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