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사건과 관련, 국가 안보 핵심 기관의 민낯이 공공연히 노출되고 있는 현실에 당혹감을 금할 수가 없다.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은 북한의 집요한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국가 정보기관의 활동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통상적인 범위에서 벗어나지도 않았다. 진실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문제가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국가 최고 정보기관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제약 또는 훼손해 최악의 경우 국정원 '무장해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쟁점이 되는 정보공개 요구는 신중해야 한다. 사안에 따라 국가 안보와 국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수원 해킹을 비롯해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잇따르고 있지만 우리 정부와 군은 아직까지 사이버 교전에 대한 규칙도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의 주장처럼 국가 정보기관에 대한 과도한 정보 공개 요구나 사찰은 오히려 우리의 사이버 대응 능력을 약화시켜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보안이 생명인 정보기관의 능력과 활동을 공개적으로 적에게 노출시키고, 해킹에 대한 진실은 외면하면서 끝없는 정쟁으로 국정원을 무력화시키는 이적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세계는 지금 사이버 전쟁 중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사이버 테러의 온상지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사이버 테러 방지법' 등 북한의 사이버 위협을 분쇄하기 위한 법제 정비를 조속히 추진하여 사이버 전략을 포함한 온'오프라인 모든 영역에서 안보 역량을 대폭 강화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는 '사이버테러방지법'이 계류 중이지만 야당이 사생활 침해 우려 등의 이유로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17, 18대 국회 때도 비슷한 법안이 제출됐지만 폐기된 바 있다.
현대 사회에서 사이버 공격은 적은 비용으로 상대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무기다. 하지만 우리는 사이버 안보에 관한 기본법률조차 없는 상태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훈령으로 만든 '국가 사이버 안전 관리 규정'이 전부다. 이것만으로는 치명적이고 전문적인 북한 해커들의 공격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이야기이다.
반면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사이버전 인력을 6천여 명이나 확보하고 있으며, 가공할 재난 가능성이 있는 원자력발전소, 금융기관, 심지어 대통령의 통화내용까지 해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만 가지고, 증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했으니 당연히 내국인을 사찰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며 대북 사이버전을 수행하는 국가 안보의 제1전선인 국정원을 공격하는 것은 오로지 북한만을 이롭게 할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국정원도 민간인 사찰 의혹에서만 벗어나면 된다는 식의 정보 공개가 과연 올바른 대응인지 깊이 생각해보고 국가안보의 최후의 보루로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아무튼 국정원이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해킹 프로그램을 민간인 휴대폰 사찰에 사용했는지 여부는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의혹을 밝힌다는 이유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국정원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까지 무력화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대한민국의 사이버전 방어 태세를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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