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무실, 냉방병으로 에취∼ 실내외 온도차 커 면역력 저하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자동차부품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모(35) 씨는 이틀 전부터 두통과 소화불량, 무기력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 코막힘 증상도 나타나 감기라고 생각, 병원을 찾은 이 씨는 의사로부터 뜻밖에 '냉방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지난주부터 너무 더워 사무실 에어컨만으로는 부족해 책상에 소형선풍기까지 계속 틀어놓은 게 화근인 것 같다"며 "회사 내엔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동료가 더러 있다"고 했다.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실내에서 생활하는 직장인과 아이들이 냉방병에 걸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냉방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실내외 온도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 탓이다.

◆무더위에 냉방병 속출

서구의 한 내과엔 이번 주 들어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 속에도 하루에 두세 명꼴로 감기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오고 있는 것. 이곳 관계자는 "대부분이 냉방병 증상"이라며 "이 중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 많다"고 말했다.

대형병원에도 냉방병 문의가 최근 늘었다.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관계자는 "다른 질병으로 진료받으러 왔다가 두통과 재채기 증상이 있다며 감기냐고 묻는 환자가 많다"며 "그런데 대부분은 냉방병 증상"이라고 했다.

냉방병은 냉방이 된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가 심해 인체가 잘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가벼운 감기, 몸살, 권태감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지역 병원 곳곳에서 냉방병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증가하는 것은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최고기온이 뛰는 등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외활동을 줄이고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에어컨 등 실내 냉방기를 계속 가동하다 보니 실내외 온도 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대구의 7월 넷째 주(19~25일) 최고기온은 25~30도를 오가며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정부의 공공기관 실내 온도 제한인 28도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7월 26일 35.5도를 시작으로 이후엔 37도를 넘어서는 등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지난달 26일부터 5일까지 일 최고기온 평균은 35.7도로 10여 일 전에 비해 5도 이상 뛰었다.

또 무더위로 인한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에어컨을 틀고 수면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진 점도 냉방병을 불러오고 있다.

◆냉방병 예방이 중요

냉방병에 걸리면 감기와 비슷한 증세가 나타난다. 두통이나 콧물, 재채기, 코막힘의 증상이 있지만 발열증상은 없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또 몸이 나른하고 쉽게 피로해지고 손발이 붓기도 한다. 호흡기 증상뿐 아니라 소화불량 또는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냉방병에 취약해 생리가 불규칙해지거나 생리통이 심해질 수도 있다.

냉방병의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실내외 기온 차다. 기온 차이가 벌어지면서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또 에어컨의 냉각수나 공기가 세균에 오염돼 이 세균들이 냉방기를 통해 감염시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조금만 신경 쓰면 냉방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창호 교수는 "냉방병은 일반적인 병 질환이 아닌 만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내외 온도 차이를 5도 이하로 유지하고, 한 번씩 환기를 시켜 온도 차이도 줄이고 오염된 실내공기를 내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내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 틈틈이 바깥으로 나가 휴식을 취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냉방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은행과 병원 등 에어컨을 항상 가동해 실내 온도가 낮은 곳에 갈 때에는 얇은 겉옷을 준비해 온도 차로 인한 추위에 대비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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