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힐 정도로 뜨거운 공기, 끔찍한 더위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로 인정받고 있는 대구는 대구와 아프리카의 합성어인 '대프리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온라인 상에서 불볕더위의 대명사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입대를 앞두고 있는 이들의 댓글을 독자들이 바로 베스트 댓글로 만들어 주는 것처럼, 더위와 관련된 글에 대구에 산다는 댓글을 달면 금방 베스트 댓글이 된다. 그만큼 더위로 인한 괴로움을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이 같은 더위를 피해 많은 이들이 휴양지를 찾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휴가 시즌 붐비는 휴양지를 피해 집에서 편히 휴가를 보내는 이들도 늘어나, 머문다는 뜻의 스테이(stay)와 휴가를 가리키는 베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인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라는 단어도 다시 사랑받고 있다.
나 역시 더위를 피해 친구들과 가까운 포항 바닷가를 찾았는데, 달라진 해수욕장 패션에 깜짝 놀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수욕장의 풍경은 여성은 비키니, 남성은 꽃이나 야자수 등이 화려하게 그려진 비치 반바지였던 듯한데, 올해 해수욕장에서는 비키니를 입은 이를 찾기 어려웠다. 함께 한 친구들에게 새로운 물놀이 패션에 대해 배우게 되었는데, 팔을 모두 덮는데다 목까지 감싸는 스포츠용 의류인 '래시가드'가 유행이라는 것이었다. 해변에는 그야말로 그런 복장을 한 이들이 다수였는데, 비키니를 입어도 노출되는 부위에 선크림 등을 잔뜩 발라야만 했던 것에 비해,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목, 팔, 등 부위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무엇보다 노출을 꺼리는 많은 이들이 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것이 그야말로 강점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물놀이 복장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비키니가 '수영복'의 기능으로 취급받지 않고, 많은 경우 몸매를 드러내 보이는 '패션'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자신 있는 몸매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당연히 타인의 시선 때문에 불편해지는 것이다. 해수욕장은 그나마 티셔츠나 반바지를 입고 편하게 가도 되지만, 워터파크는 수영복을 착용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키니를 입어야 하고, 불편한 물놀이를 해야만 한다.
나에게도 비키니 극복기가 있다. 수영 강습을 받기 위해 다니기 시작한 실내수영장에서 입는 원피스 수영복은 부담이 적지만 비키니는 입기 부담스러워 친구나 가족들이 워터파크를 가자고 하면 혼자 쏙 빠지곤 했다. 그러다 해외여행을 가서야 비키니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한 어머니가 해변에서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비키니를 입고 있다 불편했는지 상의는 탈의한 상태였는데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 그 자체로 자유로워보였다. 비키니에 대해 갖고 있던 거부감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입기에 비키니가 불편한 것은 여전한 사실이다. 또한 여전히 비키니를 극복하지 못한 다른 많은 이들이 나처럼 부담스러운 복장을 강요받아야 했을 텐데, 이제는 긴 팔 티셔츠가 수영복으로 각광받고 있다니, 부담스러운 비키니로부터의 해방이다!
김인혜 독립출판물서점 더폴락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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