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캠핑-캠핑의 꽃, 불놀이와 그릴요리

돔 그릴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들(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닭다리바비큐,고르곤졸라피자,백립바비큐,훈제햄).
돔 그릴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들(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닭다리바비큐,고르곤졸라피자,백립바비큐,훈제햄).
화롯대와 화로테이블. 직화구이와 불놀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화롯대와 화로테이블. 직화구이와 불놀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요리를 가능케 해주는 돔형 그릴과 통삼겹 바비큐.
다양한 요리를 가능케 해주는 돔형 그릴과 통삼겹 바비큐.

아파트나 공동 주택 생활이 많아지면서 집에서 불 피우는 것은 물론 연기가 나는 일체의 행위가 금기처럼 된 지 오래다. 가정과 일상에서 간편히 불을 사용하면서 그 편리함에는 익숙하지만 종종 야외 활동에서 화롯대나 모닥불을 통해 불의 야성적인 민낯을 마주할 때면 신비롭고 중독성 있는 일렁임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많다. 시골집의 아궁이나 논두렁을 태우며 맨 불을 마주할 경험이 적은 아이들에게도 불놀이는 주의를 요하긴 하지만 굉장한 매력을 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른들의 어릴 적 무용담에서 자주 등장하는 불장난하다 뒷산이나 초가집을 태워 먹었다는 멘트는 불놀이가 고금을 막론하고 놀이로서 인기가 지속되어 왔음을 증명해주는 것일 터다. 물론 그와 같은 사고를 충분히 방비한 상태에서 즐겨야 하겠지만 말이다.

먼저 별도의 화덕이나 소각로 같은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이상 불을 지필 때, 화롯대의 사용은 필수이다. 다양한 가격대와 형태의 제품들이 시판되고 있으나 종류에 따라 연소재인 장작, 숯, 브리켓(챠콜이라고도 불리는 압축 고형숯) 등에 최적화된 차이가 있으니 주 용도에 맞게 마련하면 되겠다.

장작은 부피가 큰 관계로 캠핑장에서 판매하는 경우도 많기에 미리 장작 판매 여부를 확인하고 캠핑장에서 구입한다면 편리하다. 일반 합판 등은 연소될 때 유해 연기가 발생되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바람이 많은 날씨나 장소에서 장작불은 자제해야 한다. 캠핑장에서도 때와 장소에 따라 모닥불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가능 여부를 알아보고 방침에 따르도록 한다. 허용된 경우라 하더라도 혹시 있을 위험 변수에 대비하여 집게와 내열 장갑, 소화장비 등을 주변에 비치하거나 위치를 미리 파악해 놓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사용하고 난 재는 지정된 위치에 모아 버리거나 완전히 소화된 후 쓰레기 봉지에 담아와 처리함이 기본이다.

장작은 불쏘시개로 착화가 가능하겠지만 숯이나 챠콜의 점화에는 가스 토치가 필수다. 더러 요리에도 쓰임새가 있으니 너무 저렴하지 않은 제품으로 장만해야 화력이 일정하여 사용에 불편이 없다.

화롯대가 모닥불 자체에 최적화된 제품이라면 그릴은 불을 이용한 요리에 적합한 도구이다. 일반적인 개방형 화로보다는 뚜껑이 있는 것이 훈연과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기에 추천한다. 직화 구이를 위한 그릴망은 주철에 테프론으로 코팅된 것이나 스테인리스 제품이 유해성분의 용출이나 눌어붙음이 적어 좋다. 직화 구이에서 즐길 수 있는 일명 불 맛의 풍미는 고기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밑으로 떨어지며 불을 만나 생긴 연기의 향이 고기에 배어나는 과정에서 유래한다. 적당한 기름기를 지닌 고기가 알맞으며 삼겹살 등은 지나친 연기를 발생시키고 정도가 넘어가면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을 생성하므로 직화를 피하거나 직화 조리 시간을 짧게 갖는 등 조절이 필요하다.

뚜껑이 있는 그릴 제품은 훈제나 오븐구이 같은 뭔가 고급스러운 요리가 가능하기에 약간의 조리법을 습득한다면 근사한 메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웨버 그릴로 대표되는 공 모양의 그릴이 일반적이다. 훈제는 향을 내는 나무 조각을 물에 적셔 숯불 위에 얹고, 직접 화력을 받지 않는 위치에 양념한 고기를 놓은 뒤 뚜껑을 덮어 나무의 향이 배어들며 열기로 익히는 조리법이다. 양념과 불 조절 외에는 잔손이 가지 않으므로 캠핑에서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요리 중 하나이다. 양념은 대형 마트에서 시판되는 다양한 바비큐 럽을 사용하거나 소금, 후추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맛을 낼 수 있다. 큰 덩어리로 자른 두툼한 고기를 주로 사용하여 익은 정도를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덩어리에 찔러서 내부 온도를 알려주는 심부 온도계를 사용하면 완벽한 조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훈연재는 일반적인 숯불에 올리는 열훈용 칩 외에도 냉훈(낮은 온도에서 익히지 않고 향만 배도록 하는) 용도의 인센스 스틱 형태도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소고기, 돼지고기, 어류 등 재료와 풍미에 따라 어울리는 몇 가지의 훈연재가 있으니 취향대로 선택이 가능하다. 달달한 향을 풍기는 히커리나 체리우드, 사과나무가 많이 쓰이고, 잘 알려진 참나무는 발색이 진한 대신 쓴 향을 발생시키므로 훈제 요리에는 적합하지 않다.

스위치 하나로 끄고 켜는 가스불에 익숙해진 지 오래이지만, 일렁이는 장작불이 주는 몽환적인 장면들과 매캐한 연기와 숨 막히는 열기를 감내하여 만들어 낸 이색적인 요리들이 있다면 캠핑의 즐거움은 더욱더 배가될 것이다.

※ 이번 편에 등장하는 화롯대와 모닥불의 사용은 허용된 장소와 시기를 준수하여 사용함을 전제로 쓰여진 것입니다. 현장의 조건과 금지 시기 등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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