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장관 겸직은 삼권분립 헌법 위반
의정활동 소홀, 유권자 신뢰 버리는 행위
장관 하고 싶다면 의원직은 사퇴해야
"나라에 살신성인" 국민에 박수 받을 것
보건복지부 장관이 교체되었다. 따지고 보면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일개 장관이 온전히 져야 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보건 주무부서로서 결과적으로 나라에 누를 끼친 책임을 진 셈이니 문형표 전 장관 본인도 크게 유감은 없을 것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교체를 보면서 유감스러운 점은 다른 데 있다. 나라에 누를 끼치고 있는 몇몇 장관들의 거취도 차제에 정리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겸직하는 장관들 이야기다. '누를 끼친다'는 표현은 너무 심하다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원 겸직 장관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다.
우선 헌법 위반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는 엄격한 삼권분립이 통치구조의 기본원리이다. 입법부 국회의원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수하에서 일하는 것은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대통령제 하의 장관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참모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존 케리 전'현직 국무장관은 모두 연방 상원의원직 사퇴 후 장관에 임명되었다. 대통령제에서는 의원과 장관을 겸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의원 겸직 장관은 정치적으로도 폐해가 크다.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할 말을 못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장관직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전 정권에서 한 유력 의원은 자신을 장관으로 불러주지 않는 대통령을 향해 노골적인 비난을 입 밖에 내서 빈축을 산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일편단심은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장관 한번 해보려는 의원들은 대통령의 눈에 들기 위해, 혹은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걸핏하면 '제왕적 대통령'을 비판하는 의원들이 대통령의 시녀가 되기를 자처하는 것이다.
업무수행도 의구심을 낳는다. 전심전력을 기울여도 막중한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취임 때부터 퇴임시기를 저울질하는 장관들이 어떤 자세로 직을 수행할지는 물으나마나다. 의원 겸직 장관은 유권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의원들은 장관직을 수행하는 동안 의정활동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장관과 의원직 모두 열심이라면 어느 한 쪽은 대충하는 것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그야말로 나라에 누를 끼치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여러 차례 장관들의 '개인적 일정'을 자제할 것을 언급했다. 의원 겸직 장관들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들의 거취를 명쾌하게 정리했어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이달 25일로 반환점을 맞는다. 국정원 댓글, 세월호, 메르스 사태로 허비한 시간을 뒤로 돌리고 새로 시작해 보려는 마당이다. 그런데 조만간 5명의 장관이 줄사퇴해야 할 시기가 온다. 조각 수준의 개각을 하느라, 청문회를 거치느라, 한동안 국정을 돌보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인 장관의 장점도 있다. 현실론으로 청문회 통과가 쉽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의원이 청문회에서 낙마한 사례가 없다. 씁쓸하지만 야당도 동업자(?) 정신을 발휘한 결과일 것이다. 정치인의 정무적 감각이 국정수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영혼이 없다고 비판받는 공무원들을 국민적 시각에서 독려하여 국정 성과를 낼 가능성도 크다. 정치인 장관을 적극적으로 등용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의원들이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면 된다. 청와대 고용복지 수석으로 임명된 김현숙 전 의원이 의원직을 내놓은 것처럼 말이다. 비례대표와 지역구는 다르다, 청와대 비서관과 장관은 다르다는 군색한 변명으로 꿩 먹고 알 먹으려 눈치 볼 일이 아니다.
현재 의원직을 겸하는 장관들이 더 큰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있다. 지금이라도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신명을 바치겠다는 각오를 피력하며 의원직 사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다. 당장 또 한 번의 금배지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살신성인으로 국민의 큰 박수를 받은 정치인들의 장래는 오히려 더 밝아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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