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보고 듣고, 함께 해법을 찾는다."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이 달라지고 있다. 지방자치가 정착되면서 '밖으로' 나가 직접 주민들을 만나는 일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놓쳤던 지역의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는 게 단체장들의 얘기다. 주민을 따라 직접 문제를 확인하면서 해결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때론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아는 주민들이 해법을 선물하기도 한다. 대구 민선 6기 지방자치단체들의 '소통하는 지방자치'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 'talk-대화 좀 해볼까요!'
민선 6기 출범 이후 지난 한 해 대구의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사방팔방 현장을 뛰어다녔다. 현장 곳곳에서 주민과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런 소통의 장은 초선 기초자치단체장에겐 동네 구석구석을 살피며 사정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재'3선 단체장에겐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는 값진 자리다.
무엇보다 단체장들이 주민을 만나는 장소와 방식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동안 행정편의주의로 동 주민센터나 공공시설 등 주민들을 찾아오게끔 만들었다면 이젠 '현장'에 직접 찾아간다. 번듯한 의자나 음향시설 등이 없더라도 좁은 사무실이나 천막에서 주민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로 바뀌었다.
또 무대나 연단에 서서 단체장이 주민들을 내려다보거나 통솔하는 방식의 소통에서 원탁토론이나 토크 콘서트처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주민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색소폰과 하모니카, 바이올린, 오카리나 연주와 같은 작은 콘서트를 곁들인 대화의 자리도 등장했다.
동구의 경우 올해 구청장뿐만 아니라 시'구의원들이 미나리 재배 농장을 찾아 작목반과 상가번영회 등 주민을 만나 '브랜드 창출, 공판장과 공동구매 등 판로 확보, 저온 보관 창고' 등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 밖에도 절개지 같은 안전취약지역과 도로, 아파트 공사 현장을 직접 찾아 주민과 함께 흙먼지를 마시는 적극성을 보였다.
소통 대상도 불특정 주민이 아니라 구체적인 당사자가 됐다. 중구는 지난해부터 여성구정평가단을 꾸려 워크숍과 간담회를 통해 지역 여성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또 전입세대만을 위한 안내책자를 발간해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여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내부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직원들과의 대화도 시도되고 있다. 수성구는 민선 6기 출범 초인 지난해 8, 9월 구청장과 6급 이하 직원 400여 명이 구정 방향을 놓고 의견을 나누는 '통통(通通) 토크'를 벌였다. 이는 올해도 '공감 토크'란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통 행정을 통해 깨달은 지침
소통 행정을 하면서 각 구청 담당자들은 깨달은 것이 있다. '어떻게 하면 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경험이 쌓이면서 나름의 원칙이 생겼다.
▷일방적인 홍보 자세를 버려라: 구'군은 매년 의례적으로 동 주민센터를 찾아 장황하게 정책을 설명해왔다. 초도'연두방문의 이름으로 주민들을 동원하는 등 의례적인 자리를 마련해 일방적인 홍보나 단순한 얼굴 알리기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북구의 경우 구청장이 지난해부터 칠성시장 등 전통시장을 찾아 직접 청소를 하고 상인들과 밥을 먹으며 대화를 하고, 취약계층인 홀몸노인과 쪽방 생활자를 방문했다. 또 올해 2월엔 3공단의 중소기업 직원들을 만나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취약계층에 집중하라: 자신의 목소리를 낼 힘도 없고, 방법도 모르는 주민들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소통 행정은 바로 이들을 보살피는 데서 시작된다.
동구는 올해부터 대학생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반딧불 1004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노후한 구도심 골목길에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하는 이 프로젝트는 야간 범죄나 화재 사고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시작됐다. 구청에서 빈곤가구를 발굴'추천하고, 민간기업이나 봉사단에서 인적'물적 자원을 후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로부터 최우수상을 받는 등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해결 가능한 것은 신속하게 마무리하라: 예산이 많이 들어가지 않고 행정'법적 절차가 간단한 민원일 경우 신속하게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요구된다. 주민들은 '절차'예산 타령'을 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에 불만이 높다.
서구는 남평리네거리와 두류네거리에서 좌회전 허용을 바라는 주민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이곳은 주택가 밀집지역으로 좌회전 수요가 많지만 직진만 가능해 불편을 겪었다. 이에 구청에서 내당동과 평리동 등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좌회전 허용 찬성의견을 모았고, 이를 토대로 교통영향분석을 거쳐 지난 3월 대구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좌회전 허용 조치를 이끌어 냈다.
▷이해관계 얽힌 민원은 신중하게 판단하라: 소통 행정을 하는 가운데 이해가 부딪히는 민원은 해결이 쉽지 않다. 지자체가 양 당사자 중 어느 한 쪽의 주장에 치우치면 반대편에서 극렬하게 반발하고, 중립만 지킬 경우 해결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원칙을 세우고 양 당사자 간의 협의를 이끌어내는 '노련미'가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질 때까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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