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본격적으로 개입하고 나섰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국민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자 뒤늦게 지배구조 등 실태 파악과 함께 롯데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불투명하게 기업을 경영한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잘못이 크지만 그동안 이를 수수방관한 정부와 정치권도 면책될 수 없다.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거미줄처럼 얽힌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롯데알미늄 등 국내 롯데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일본계 투자회사의 실체 파악에 나섰다. 공정위도 최근 롯데그룹 해외 계열사의 실태가 어떤지 들여다보고 있다. 롯데는 재계 5위 규모로 국내에만 81개 계열사, 30만 명이 넘는 근로자가 몸담고 있고 매출의 95%가 국내에서 발생하는 기업집단이다. 그런데도 롯데의 지배구조나 경영권 승계 등 외부로 알려진 경영정보는 거의 없다.
적어도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 누가 얼마만큼의 지분으로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지 공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의 주요 경영정보는 투자자가 마땅히 알아야 할 사항인 동시에 사회적 요구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임의로 비공개로 하거나 감출 사안이 결코 아니다. 롯데의 이런 깜깜이식 지배구조는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인 동시에 시장 원칙과도 맞지 않다.
만약 롯데그룹이 느슨한 공시제도를 악용해 최대주주 등 관련 내용을 계속 공개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서 이를 개선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공시 위반 조항을 적용해 과징금을 물리더라도 시정시켜야 한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롯데가 이달 중 2분기 결산보고서를 낼 때 자발적으로 주요 경영 정보를 밝히는 게 순리다.
정부는 국내 기업 중 롯데그룹과 같은 사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 정보를 투자자에게 정확히 공개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한 재벌의 잘못된 관행을 하나씩 바로잡고, 기업도 불필요한 '반기업 정서'가 생기지 않도록 더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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