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81'대구 달서구 상인동) 할아버지는 요즘 도시철도로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다. 요즘 같은 날씨에 집에 있자니 너무 덥고, 그렇다고 집에서 에어컨을 틀자니 전기요금이 걱정돼 마음껏 가동하지 못해 아예 시원한 곳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은행이나 백화점도 시원하긴 하지만 오랜 시간 앉아있기에는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도시철도가 딱이라는 게 김 할아버지의 얘기다. 그는 "집 근처 상인역에서 1호선을 타고 종점인 안심역까지 가면 1시간 정도 걸린다"며 "요즘엔 더위를 피하기 위해 도시철도를 탄 것 같은 노인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전국에서 가장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대프리카'(대구와 아프리카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 낳은 대구에서 도시철도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로우대권을 이용해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어르신들에게 도시철도가 이동수단이자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하루에 도시철도를 타고 4, 5번이나 왕복하며 더위를 피하는 어르신들도 있을 정도다.
7월 대구도시철도(1~3호선) 경로자 수송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213만2천586명에서 올해 260만4천612명으로 22.1% 증가했다. 신설된 도시철도 3호선을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7월에 비해 도시철도를 이용한 경로자가 1만9천927명 더 많았다.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역은 중앙로역, 반월당역, 성당못역 등의 순이었다.
특히 어르신들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도시철도 역사보다 도시철도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에는 외부보다 따뜻한 도시철도 역사가 인기지만 여름에는 역사보다는 도시철도 내부가 훨씬 시원하기 때문이다. 35℃를 넘나드는 여름 날씨에는 도시철도 역사도 덥다는 것이 어르신들 얘기다. 김관수(78) 할아버지는 "바깥보다야 시원하지만 역사도 덥기는 마찬가지여서 오래 앉아있지는 못한다"며 "인근 무료급식소에서 점심을 먹고 역사에서 잠시 앉아 쉬다가 도시철도를 탈 생각"이라고 했다.
서정자(68) 할머니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동네 친구들과 두류공원 나무그늘에 앉아 쉬곤 했는데 이제는 나무그늘도 별로 시원하지 않다"며 "요즘은 '한 바퀴 돌고 오자'고 사인을 보내면 다들 지하철을 타러 간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반월당역에 내려 광장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더위를 이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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