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의 미의식/지상현 지음/아트북스 펴냄
문화는 흔히 '한 국가 혹은 민족의 세계관이자 기본 성격'으로 통한다. 개인의 인생관과 성격이 그 사람을 결정하듯, 한 민족의 기저 문화가 그 민족의 정체와 현재의 모습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미술을 통해 한'중'일 삼국의 기저문화를 들여다본다. 지리적, 역사적으로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한'중'일 삼국은 오랜 세월 서로의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삼국의 문화는 다른 듯 닮았고, 언뜻 보기에는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은이는 '문화 화석'이라고 할 수 있는 옛 미술 양식을 다양한 학술적 방식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세 나라의 민족적 기질과 기저 문화를 들여다본다. 곡선, 전형성과 은유, 강박, 공포와 해학, 대비, 복잡도, 전망과 도피 등 7가지 유형을 통해 삼국의 문화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에 따르면 서로 닮은 듯한 삼국의 문화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중국이 과장한다면, 일본은 압축하고, 한국은 은유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과 중국은 곡선을 통해 온전함을 드러내고, 일본은 직선을 통해 균제미를 발휘한다.
회화에 있어서 일본은 요물, 귀신 등 요괴를 많이 그려 우울과 공포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일본의 귀물 그림들은 생김새가 징그럽고 적나라하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요괴 그림이 있지만 상징적 수준으로 묘사할 뿐 적나라하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또한 귀물에 대한 관념도 한국과 일본은 많이 다르다. 가령 우리나라는 도깨비를 사람을 괴롭히는 존재인 동시에 사람과 어울려 노는 존재, 착한 사람을 도와주기도 하고, 못된 사람을 응징하는 존재로 그려낸다. 원귀도 원한을 풀어주면 고마워하고 저승으로 흔쾌히 떠나간다. 그러나 일본의 귀물 그림은 대체로 역겹고 그 내용 역시 잔학하다.
삼국 미술에는 강박관념이 공통적으로 드러나지만,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강박은 삼국 중에서도 중국이 가장 두드러진다.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 미술품, 공예품이 많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의 강박은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미학적 고려보다는 극한까지 장인의 기교를 시험하는, 경쟁적 태도가 엿보인다. 또한 중국의 강박적 성향은 폐쇄성이나 내향성과 결합해 위태로운 절벽 위에 건물을 짓는다거나 극도로 방어적인 거주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국의 강박은 불교나 성리학과 같은 지배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강박은 기하학적 정확성과 균제미에 대한 집착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는 이런 집착의 밑바탕에 탐미적 태도가 숨어 있다면서, 일본의 강박을 '탐미적 강박'이라고 말한다.
산수화에 있어서도 세 나라는 차이를 보인다. 중국의 산수화가 도피와 전망 사이의 진폭이 매우 큰 두 가지 모습을 보인다면, 한국은 은둔적이고 무심한 면이 강하다. 물론 중국과 마찬가지로 도피적 경향과 전망적 성향도 드러난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산수화는 장식적인 면이 매우 강하다. 한국과 중국의 산수화가 내용, 즉 산수의 모습에 집중한다면 일본의 산수화는 표현 방법에 더 집중한다. 또 한국과 중국의 산수화가 화가의 마음속에 있는 이상향, 즉 자연을 그리는 화가의 욕망을 상상하게 해준다면, 일본의 산수화는 구도의 심미성을 살리기 위해 풍경을 선택하거나 조작했다는 인상을 준다. 쉽게 말해 벽면을 장식할 멋진 그림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까닭에 일본의 산수화에서 그린 이의 교양이나 인품을 짐작하기는 매우 어렵다.
지은이는 "문화를 한 나라의 예술 수준 정도로 이해하는 것은 문화를 낮게 이해하는 것이다. 한'중'일은 유교문화권, 한자문화권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함께 역사를 펼쳐왔지만 미술작품을 통해 민족적 기질의 차이, 서로 다른 문화적 소양을 확인할 수 있다" 며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작품들을 통해 우리의 심성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은이 지상현은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 연세대 대학원에서 지각심리학을 공부했고, 현재 한성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있다. 367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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