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북대서 여 이사장님이 초청강연을 할 때였어요. 이사장님이 갑자기 제 이름을 부르더니 앞으로 재단을 저 친구에게 맡기겠다고 공표를 하시는 것이었어요."
수십억원 가치가 있는 복지재단을 가족이나 친지가 아닌 직원에게 이전하는 첫 단추는 이렇게 끼워졌다. 정연욱(51) 이사장을 만나 여 원장과 얽힌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여 원장의 사모님이나 자녀들에게 미안하지 않았나.
▶원장님께서 자꾸 재단을 맡아달라고 하시기에 한 번은 사모님을 찾아갔어요. 혹시 사모님은 생각이 다를 수 있잖아요. 사모님은 되레 한 술 더 뜨셨어요. 대뜸 '내가 더 원했던 거다. 손톱만큼도 사심이 없으니 재단을 잘 맡아 달라'며 제 손을 들어주셨어요. 역시 봉사도 부창부수(夫唱婦隨)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처음 여 이사장을 만났을 때를 회상한다면.
▶이사장님이 본격적으로 저희들을 도울 결심을 밝히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내가 자네들을 만난 게 일생일대의 축복이다. 자네들과 인연이 없었다면 난 돈 벌어 빌딩 올리고 내 배 채울 궁리만 했을 텐데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다'라고요.
-앞으로 재단 운영 방침은.
▶우선은 원장님께서 이끌어 오신 모든 사업에 내실화를 기할 겁니다. 그런 다음 기회가 되면 '글로벌 복지'의 새 개념을 열어가고 싶어요. 국제휠체어테니스대회 등 이미 국제대회 경험이 많이 축적돼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할 생각입니다.
-여 원장의 건강은.
▶평소에 웰다잉(well-dying)을 강조하시며 '삶의 마지막'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셨어요. 그러나 역시 인간이신지라 외손자들의 재롱을 볼 때나 몸이 불편해지면 가끔씩 우울해하시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하시는 것 같아요. 재단 이름(轉石)처럼 원장님이 세상을 향해 몸을 더 '굴려야' 하실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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