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가 한 편씩 있습니다. 저에겐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그런 영화인데요. 지금보다 젊은 시절, 대사를 거의 외울 만큼, 비디오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는 시한부 삶의 남자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 그리고 죽을 날을 받고 사랑의 감정이 시작된 여인을 두고 삶을 마감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 더욱 안타깝고 마음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막연히 극 중 주인공같이 슬픈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어설픈 젊은 시절에 영화를 봤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얼마 전 케이블방송 채널을 돌리다가 익숙한 장면이 나와 멈추고 보니 '8월의 크리스마스'였고, 오랜만에 예전 기분을 만끽하려 자리 잡았지만 어이없게도 보다가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또 한 편의 영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프랑스 영화 '제8요일'입니다. 공교롭게 두 영화 모두 제목에 숫자 '8'이 들어간다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됐습니다.
아내와 아이들로부터 소원함을 넘어 불편함의 대상이 돼 버린 주인공과 언제나 음악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살아가는 다운증후군 환자인 또 다른 주인공이 불편한 동행 길에 오르게 됩니다. 서로 다름에 대한 거부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융화됩니다. 이 영화도 속상하거나 심란할 때 아스피린처럼 찾아보던 영화입니다. 다행히 이 영화는 아직 케이블방송에서 마주친 적이 없습니다. 불행하게도 마주치게 된다면 아마 예상하건대 그때와 또 다르게 와 닿아 속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은 사람의 감정과 기억 또한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마법을 갖고 있나 봅니다. 어느 순간 절대적이고 모든 것일 것 같았던 사랑, 열정, 미움, 분노, 시기, 행복 등 수많은 찰나의 감정과 기억들이 이 마법에 걸리면, 그저 추억이 되고 떠올리며 가볍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신은 참 독특하고 오묘하신 것 같습니다. 인간에게 많은 감정과 생각을 주고 한편 시간도 줘 자정하고 망각하게 만드셨으니 말입니다.
현재 사랑으로 혹은 증오로 고통받는 모든 분들은 시간이 지나도록 내버려두고 버텨 보세요. 열광했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다 잠이 들고 '제8요일'을 케이블에서 만나지 않길 바라는 저처럼 달라질 겁니다. 살며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더 많은 것에 마음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지나고 돌아보면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그 모든 것이 편해지는 시간이 올 것입니다.
불가능한 과제를 수행하는 멋진 톰 아저씨의 '미션 임파서블' 같은 액션영화를 보길 기대하며 저 스스로에게 '결코 넌 감수성이 사라진 것이 아니야'라고 위안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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