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Wind of Change

동구 공산권이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1989년 9월 18일 동독 내 록 뮤지션 100여 명이 반정부 선언을 발표하고 각종 자유화 조치를 요구했다. 그중에는 서독의 록 그룹 스콜피언스의 노래 'Wind of Change'(변화의 바람)의 TV 방영을 7일 이내에 허용하라는 것도 있었다. 이들은 그 다음 날 '노이에 포룸'(새로운 포럼)을 결성, 서명작업을 확대하면서 10월 3일에는 서명에 가담한 뮤지션이 1천500명을 넘어섰다.

이에 탄력을 받은 반정부 운동은 10월 7일 동독 건국 40주년 기념 공연에서 뮤지션들이 반정부 선언을 공개 낭독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에 놀란 동독 당국은 즉각 이들을 체포, 감금했지만 곧이어 라이프치히에서 시민 3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는 등 자유화 요구는 봇물처럼 동독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해 11월 9일 마침내 베를린 장벽과 함께 동독은 무너졌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두고 베를린 훔볼트 대학 부설 대중음악연구소장 페터 베키 교수는 "록 음악이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특히 스콜피언스가 그 중심 축에 있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물론 과장일 수도 있다. 사회주의의 각종 내재적 모순 때문에 동독은 스콜피언스가 없었어도 무너지게 돼 있었다. 그러나 붕괴가 임박한 시점에서 붕괴를 직접적으로 촉발한 중요한 계기 중 하나가 록 음악, 특히 스콜피언스의 Wind of Change라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Wind of Change는 스콜피언스가 1989년 8월 모스크바 평화 음악제에 출연했다가 소련 사회의 '변화의 바람'에 영감을 받아 1989년 9월에 만든 곡이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에 일조한 '개혁'개방의 찬가'라는 상징성 때문에 1991년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초청으로 크렘린에서도 연주됐다. 1999년 베를린 장벽 붕괴 10주년을 기념해 독일 브란덴부르크 광장에서 열린 공연 때는 세계적인 지휘자 로스트로포비치의 지휘 아래 각국의 첼리스트 160명과 스콜피언스가 협연하기도 했다.

7일 인천에서 열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이 곡이 울려 퍼졌다.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인 스콜피언스는 이날 공연에서 "(Wind of Change는) 우리의 그 어떤 노래보다 한국을 위한 곡"이라며 통일 한국에 대한 염원을 보여줬다. 이들의 그리고 우리의 염원대로 북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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