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 정치제도 개혁] ③완전참여형 국민경선제

새누리 "국민 참여 상향식 공천 도입을" 새정치 "현역의원·명망가에 유리할 뿐"

새누리당이 공천제도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치른 총선 공천과정에서 당내 계파 간 충돌로 살생부가 나도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놓은 대안이 '완전참여형 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다.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는 공직선거에 나설 정당의 후보자를 결정하려 치르는 당내 경선제도 중 하나다. 각 정당의 경선에 당적과 상관없이 일반 국민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해 직접 투표하는 상향식'개방형 후보선출 방식이다. 미국의 민주당이 1970년대 처음으로 도입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그동안 한국정치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중앙당의 '찍어, 내리기식' 공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상향식 공천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여야 극명한 온도차

그동안 줄기차게 공천제도 개혁을 주장해 온 야권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회는 오픈프라이머리가 현역의원 및 인지도가 높은 명망가에게 유리한 제도여서 '정치권 물갈이'를 더디게 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지난 5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에게 권역별 비례대표제도와 오픈프라이머리를 함께 도입하자고 제안하긴 했지만 '공천제도와 선거제도를 묶어서 논의하기는 곤란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조정해보자'는 답을 듣긴 했지만 사실상 거부당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모든 정당이 함께 참여해야 시행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새정치연합 지지자가 새누리당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해 가장 경쟁력이 취약한 후보에게 표를 주는 '역선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집안단속을 통해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 숙제를, 새누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새정치연합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치권에선 내년 4월 20대 총선에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금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4년 내내 또는 최소한 선거를 앞두고 2년은 예비후보들이 등록해서 인지도를 충분히 높일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는데 다음 총선은 9개월 남았다"며 "지금 논의하고 결정해서 몇 달 후에 (실시)한다는 것은 페어(공정)하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오픈프라이머리는 당 지도부가 움켜쥐고 있던 공천권을 내려놓겠다는 결단을 전제로 한 제도다. 지금처럼 야당을 설득하기 어렵고, 도입을 위한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자기 목에 방울을 다는 노력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되면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해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되면 국민은 공직선거 과정에서 두 차례 투표하게 된다. 각 정당의 출마후보를 결정하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먼저 참여하고 나서 당선자를 결정하는 본선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대구 중구에 사는 유권자는 각 정당의 대통령, 국회의원, 대구시장, 중구청장, 대구시의원, 중구의원 후보를 결정하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먼저 참여해 정당의 후보를 결정한다. 이어 각 정당의 후보들이 경합을 벌이는 본선을 통해 정치지도자를 선출하게 된다.

오픈프라이머리는 평일에 진행될 가능성이 커 재'보궐선거 분위기로 치러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투표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치참여 의지가 높고 정당 지지성향이 강한 유권자들만 참여할 공산이 커 재'보궐선거(20~30%)와 비슷하거나 이보다 조금 낮은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도농복합도시의 '농협조합장' 선거와 유사한 형태로 오픈프라이머리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투표결과에 목을 매는 사람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픈프라이머리와 관련한 전반적인 관리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맡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오픈프라이머리 장'단점은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의 공직 후보자 선출에 국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참여민주주의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아울러 당내 민주화가 시급한 한국정치의 문제점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당 지도부와의 친분에 의한 사천(私薦), 계파 줄세우기, 돈 공천 등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기에는 충분하다"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중앙집권적 사고를 걷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당의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기 때문에 정당정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당이 어려울 때 헌신했던 당원이 일반 국민과 같은 권리를 갖게 돼 당에 대한 당원의 소속감이 필연적으로 줄어든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 민심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며 "지방의 토호나 재력가들이 조직과 돈을 동원해 오픈프라이머리를 치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픈프라이머리 도입과 관련해선 소요될 예산을 어떻게 충당하느냐도 적지 않은 고민거리다. 세금을 사용하면 정당의 후보결정에 세금을 사용한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그렇다고 정당의 자체예산으로 치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국단위로 치러지는 선거관리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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