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제강점기 경험 책으로 집필중인 김군수 옹의 광복 70주년

"이익에 수단·방법 안가리는 일본 우리 젊은이는 과거 알아야 해요"

"저는 역사학자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닙니다. 평범한 노인일 뿐이죠.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 당시 실상을 젊은이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교 교장으로 퇴임한 김군수(83) 옹. 그는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초부터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책 이름은 '일제강점말기 황민화노예교육 실태'. 김 옹은 "요즘 세대들이 일제강점기 아픔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광복 70주년을 맞아 당시 우리 민족이 겪었던 아픔을 담을 책을 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11일 만난 그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어릴 적 기억이 또렷했다. 김 옹은 "1943년 군위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본은 어린 조선인들을 전투기 대용연료인 송탄유 채취에 동원했다"며 "우리는 매일 산에 가서 소나무를 타고 올라 겉을 뜯어내고 열매를 주워오는 등 가혹한 노동 착취를 당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1932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난 김 옹은 일제강점기 초등학교에 다녔고 해방 이후 6'25전쟁 때에는 고등학생으로 전쟁에 참여하기도 했다. 우리 대한민국의 암울했던 역사를 직접 몸으로 겪은 셈이다. 이 때문에 그는 이 책을 반드시 완성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아프리카의 격언 중에는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한 채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날의 기록은 역사책에 있지만 그 기록의 살아있는 증인의 이야기는 재취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제가 살아있을 때 젊은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6'25전쟁이 끝난 뒤 경북대 사범대학을 졸업한 김 옹은 교직에 몸을 담았다. 1997년 고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하기까지 40여 년을 교육자로 일해왔다. 그만큼 김 옹은 책을 통해서 젊은 세대들에게 역사의 교훈을 알려주고 싶어했다.

"언제 우리에게 불행이 닥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를 제대로 알고 미래를 대비하면 다른 나라에 짓밟히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는 "과거 역사에서 보여주듯이 일본은 자국민간에는 친절하지만 전쟁과 외교에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력전을 펼친다"며 "결국 우리 한국이 일본을 대하는 데 있어 과거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도 일본을 대하는 데 있어서 이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이 행했던 '민족정신 말살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집집마다 조선인 가정의 방에 신단을 설치해 아침저녁으로 절을 하도록 강요했다. '조선'을 부정하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또 "이런 정책에 우리 민족이 흔들렸다면 광복도,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첫 번째 책을 출간하면 곧바로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암울했던 상황과 6'25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을 담은 후속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