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소아암 병동에서 지내는 김영현(가명'7) 양. 키 90㎝, 몸무게 11㎏의 영현이는 일곱 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또래보다 몸집이 작다. 영현이는 희귀성 빈혈을 갖고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수혈을 하고, 항생제를 맞기 위해 큰 병원을 수도 없이 오갔다. 영현이 부모는 몸이 약한 딸이 혹시라도 잘못될까 봐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낸 적이 없다.
"저희 네 가족은 다 함께 외식, 나들이 한 번 간 적이 없어요. 약한 감기도 영현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거든요. 영현이는 7살이 되도록 유치원, 어린이집 문턱도 넘어보지 못했어요."
◆태어날 때부터 아팠던 딸
딸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영현이의 부모님에게 큰 걱정거리는 없었다.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했던 영현이 아빠는 주야간 교대 근무로 항상 몸이 힘들긴 했지만 첫째 딸의 재롱과 커가는 모습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곤 했다. 가장의 외벌이로 넉넉한 수입은 아니었지만 아내의 알뜰한 살림에 세 식구가 먹고 생활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둘째를 가졌다는 소식에 부부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3살 많은 영현이의 언니가 건강하게 태어났고 여태껏 감기 한 번 걸린 적 없을 정도로 건강하게 자랐어요. 그래서인지 저희 부부는 살면서 자녀의 건강 문제로 걱정할 일이 생길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갓 태어난 둘째 딸이 희귀병 진단을 받으면서 부부는 웃음을 잃었다. 영현이는 6개월 만에 1.7㎏의 작은 몸으로 태어났다. 한쪽 손가락이 6개인 다지증도 있었다. 병원에서는 희귀성 빈혈의 일종인 '판코니 빈혈'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면역력이 약해 성인이 될 때까지 정기적인 수혈,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고 항상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작은 가능성이지만 백혈병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있으니 평생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던 지난 5월 영현이 부모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한 달간 입원해도 감기 증세가 낫지 않아 큰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창문이 없어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는 무균실에서 지낸 지도 벌써 4개월째. 시도 때도 없이 아파하는 영현이의 울음소리에 엄마, 아빠는 낮과 밤이 바뀌어 생활한 지 오래다.
"저희 부부가 영현이 옆에서 평생 보살펴도 좋으니 제발 백혈병으로는 진행되지 않길 기도하며 살아왔는데…. 혹시 부모로서 딸에게 해준 게 부족해 아파진 건 아닌지 늘 죄책감을 느껴요."
◆연이어 닥친 불행
딸이 백혈병으로 입원하고 나서 아빠는 한 달간 장기 휴가를 냈고, 부부는 병원과 집을 오가며 교대로 두 딸을 돌봤다. 부부의 양가 부모님과 친척들은 어려운 형편으로 거의 연락이 닿지 않아 주변에 도움을 구할 곳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병원에선 영현이를 돌보고 집에 가선 초등학생인 첫째 딸을 돌보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인원 감축에 들어간 회사가 영현이 아빠에게 사직을 권유했다. 긴 휴가를 내고 아이의 간병에 나선 직원을 달갑게 보지 않았던 것이다. 동시에 골수검사, 혈액검사 등 각종 검사비에 입원비까지 영현이의 병원비는 무섭게 쌓여갔다. 영현이 아빠가 모아둔 월급과 퇴직금은 이미 다 써버린 지 오래고 25만원 남짓한 월세도 내지 못해 집 보증금도 이미 절반이나 깎였다.
게다가 최근 영현이의 건강 상태도 걱정이다. 2차 항암 결과가 좋지 않아 새로운 항암제로 3차 항암 치료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저희 부부의 힘만으론 치료에 역부족이라는 현실이 힘들 때가 있지만 포기를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저희 아이들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세상 어떤 것이든 다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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