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이번 휴가엔 대구경북 농촌으로 가자

얼마 전 한 봉사단체 임원들과 대구 동구의 평광마을을 찾은 적이 있다. 일행은 한동안 할 말을 잊고 주변을 돌아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오롯이 이어진 오솔길, 한창 크고 있는 사과와 골짜기마다 자리 잡은 과수원, 우거진 숲과 티 없이 맑게 흐르는 개울물…. 대구 도심에서 불과 10여㎞ 남짓 떨어진 곳에 산골마을 모습이 이렇게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도시화로 이제는 명맥이 끊어진 것으로 여기고 있는 '대구능금'의 명성을 20여 농가가 간신히 잇고 있는 곳이다. 평광사과마을로 더 알려진 이곳은 단양 우씨의 집성촌이기도 하다. 단양 우씨들이 임진왜란을 피해 왔다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고려 태조 왕건에 관한 얘기도 있다. 후삼국시대 왕건이 동수(공산) 전투에서 견훤에게 크게 패해 달아나다가 나무꾼에게 주먹밥을 얻어먹고는 홀연히 사라져, 왕을 잃었다는 의미가 담긴 '실왕리'(시랭이)라는 지명도 있다. 평광리로 들어가는 골짜기 입구에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호인 도동측백나무숲도 있고, 마을 안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85년의 '홍옥' 사과나무와 광복을 기념하여 심었다는 광복소나무도 찾아볼 수 있다.

경북의 농촌지역은 물론 대구 근교에도 농촌 환경이 잘 보존되고 역사적 유래가 깊은 곳이 의외로 많다. 대구 근교에만 해도 팔공산 자락의 구암마을, 달성군 지역의 마비정벽화마을과 구지 오설리 등 문화유적과 연계된 농촌마을이면서 농사체험 등 즐길거리가 있는 시골마을이 많다. 가족과 함께 여행하며 농가 민박, 농사 체험, 역사탐방을 곁들인다면 번잡한 피서지 바캉스보다 훨씬 보람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구암마을은 과일이나 채소 수확, 인절미 만들기, 피자 만들기 등 체험거리가 가득하고, 논길 밭길로 동네 한 바퀴 도는 트랙터여행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마비정벽화마을은 요즘 중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찾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재미있는 벽화를 보면서 골목길을 누비는 시골 정취도 좋지만, 두부 만들기, 장 담그기 등 전통문화 체험도 흥밋거리다. 오설리는 까마귀 혀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데서 알 수 있지만 쏙 들어간 시골마을 모습이 정겹기 그지없다. 이곳은 연근농사도 짓고 있어 7, 8월에는 연꽃이 만발하고, 아담한 저수지 주위 산책로는 연인들 데이트코스로도 그만이다. 저수지 둑 밑에는 체험용 낚시터가 있어 색다른 재미를 준다.

농협에서는 농촌체험여행 가이드북으로 'Farm Stay'(팜스테이)라는 책자를 제작하여 무료로 보급하고 있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자세히 안내한다. 농협은 이외에도 도시민을 위한 주말농장을 분양하기도 하고, 거래하는 기업에 시골마을과 자매결연을 체결하는 일사일촌(一社一村)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농번기에는 농촌일손돕기와 일자리 소개업무도 한다. 이러한 도농교류 사업은 도시민을 위한 휴식처, 힐링공간을 제공하는 측면에서도 큰 의의를 갖는다.

얼마 전 대구 동성로에서 농협 주관 캠페인이 있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을 '다 함께 농촌 가는 날'로 정하고 국민들에게 이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이다.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면 즐겁다는 의미로 '도(都)'시(村)'락(樂) DAY'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정부, 재계 그리고 소비자가 한마음이 되어 농업'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어 보자는 것이다. 이 캠페인은 농촌 일손 돕기와 농촌체험, 재능기부, 도농교류 등 도농상생 생활화와 농촌방문 정례화 문화 조성을 목표로 전개한다. 캠페인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농업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고향의 포근함을 느껴 농촌을 좀 더 가까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올여름 막바지 휴가는 고향이나 농촌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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