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령 적용 대상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해달라는 농축산업계와 정치권의 요구로 또다시 휘청대고 있다. 김영란법은 단순한 사교'의례'부조 목적의 선물은 주고받아도 처벌하지 않되 그 기준 가액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화훼류'음식은 5만원, 과일'한우세트는 10만원으로 기준 금액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농축산업계는 "10만원으로 제한하면 외국산만 팔리게 된다"며 농축수산물을 제외해줄 것을 요구했다. 정치권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농축수산물은 예외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새정치연합에서도 농어촌이 지역구인 의원들에게서 같은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전체 생산량의 40%가 추석, 설 명절에 소비되고, 명절 선물용 과일'한우 세트가 10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에 비춰 이런 요구는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그런 요구를 수용하면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가 퇴색한다는 점이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금품 수수 관행을 근본적으로 없애겠다는 것이 그 목적이다. 따라서 특정 분야나 특정 상품을 예외로 하면 법의 취지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도 문제다. 예를 들어 전통시장의 어려움을 감안해 '전통시장 상품권'을 예외로 해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 중소기업도 농어촌과 전통시장만큼 어렵다. 중소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이 똑같은 이유를 들어 '우리 상품도 예외로 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권익위도 이런 문제 때문에 농축수산물을 적용 품목에서 제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농축수산물을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금품 수수 예외 적용 기준금액을 산정할 때 한도를 없애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는 농축수산물의 예외 인정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는 점에서 안될 말이다. 농어촌이 어려운 현실에 처해있지만, 그것이 농축수산물을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런 예외 인정은 김영란법을 무력화하는 첫 문을 여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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