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명량, 국제시장, 암살

'위대한 여정, 새로운 도약'.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주제어다.

'위대한 여정'에 대해서 추진위는 독립운동에서 출발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일궈낸 세계 8대 무역강국,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국, 세계 7번째의 30-50클럽(3만달러-5천만 명) 가입 예약국 등 광복 70주년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도약'은 민족적 역량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국민이 하나 되어 선진사회와 통일국가의 전기를 마련해 나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고 했다.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던 경이로운 경험을 함께 나눈 5천만 국민 가운데 이 주제어에 대한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 이 누가 있으랴?

그러나 광복 70주년을 사흘 앞둔 지금 이때 '가슴 벅차던 어제'와 '걱정스러운 내일'이 너무나도 대비가 된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가 않다.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주로 내일에 대한 걱정, 미래세대에 대한 걱정을 담았다. 박 대통령은 "후손들을 위해 가야만 하는 길이며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에 큰 문제로 남는다"며 "우리의 딸과 아들을 위해 기성세대가 고통을 분담하고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담화라기보다는 절박함을 담은 호소에 가까웠다. 대통령은 또 "모든 개혁의 동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도 했다. 국민들이 함께 힘을 모으지 않으면, 조상과 선배들이 힘들게 걸어왔던 길을 고통스럽게 되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일까? 그런 생각이 아니고서야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할 리가 없다. 적어도 대통령의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과 개혁을 해야 한다는 의지의 진정성은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주한 현실은 어떤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뒷걸음질치지 않으면 다행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같은 병을 앓고 있다. 누구나 총론은 'YES'지만 각론에서는 'NO'다. 거창한 말에는 동의하면서도 막상 내 일이라면 고개를 돌린다. 내 손에 쥔 것은 하나도 놓으려 하지 않으면서 상대방더러는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식이다. 노동개혁이 그렇고 공공개혁 역시 그렇다.

대통령의 절박함을 담은 호소도, 집권 여당 대표의 몇백만 표를 잃어도 개혁을 하겠다는 결의도 국민들은 곧이곧대로 들으려 하지 않는다. 실체가 있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고 누구 하나 선뜻 앞서 나가지도 않아서다. 말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은 위에서 한 말씀을 한다고 밑에서 척척 다 알아서 하던 세상이 아니다. 정부 신뢰도 중하위, 사법 신뢰도 최하위라는 OECD 통계수치도 우리의 답답한 현주소를 잘 말해 준다. 위에서, 먼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국민들은 꿈쩍도 않는다.

며칠 전 영화 '암살'을 봤다. 명량과 국제시장에 이은 애국심 시리즈 3탄이다. 대박의 기준인 1천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왜 이들 영화에 국민들은 열광을 할까 생각해 봤다. 이유는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을 영화에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명량에서는 죽기를 각오하고 솔선수범하며 나라를 구하는 이순신의 리더십이 있었다. 국제시장에서는 자신의 삶 전체를 가족들을 위해 내던진 덕수의 희생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암살에서는 나라를 찾으려고 목숨을 내던지는 독립투사들의 자기희생을 보았다. 영화는 모두 죽기를 각오하고 난관에 맞선 '사즉생'의 결의를 잘 보여주었다.

명량의 리더십과 국제시장과 암살의 자기희생을 우리 지도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을까라는 공상을 해본다. 그런 각오로 무장하고 몸소 실천하는 지도자가 지금 우리 앞에 있다면 운명을 맡기지 않을 이유가 없으련만.

위대한 여정을 되새기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가져보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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