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는 맛있다. 하지만 한우는 비싸다. 한우를 파는 식당에 가족과 함께 가서 메뉴판을 보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 결국 냉면과 갈비탕을 시켜야 했다는 어떤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한우 앞에 눈물 흘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한우를 사랑하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라지만 그 비싼 가격에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북 경산시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자동차 타이어 판매점인 '티스테이션' 정평점 윤종규(51) 대표와 직원들은 근처에 있는 '맛뜨락 한우'가 그런 곳이라고 말했다.
◆"타이어 하나 더 팔고 먹으면 되지"
윤 대표와 직원들이 '맛뜨락 한우'를 알게 된 건 갈비탕 한 그릇 때문이었다.
"이 식당이 문을 열 때 오픈 기념행사로 갈비탕을 5천원에 팔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 '갈비탕 이 가격에 먹기 쉽지 않으니 한 번 가 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직원들과 가 보게 됐죠. 싸게 팔아서 걱정했는데 맛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 고기도 한 번 먹어봤죠. 그러다 단골이 됐어요."
직원들도 사장님 따라왔다가 좋은 고깃집을 발견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 달에 두세 번은 이곳에 들러 1등급 한우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달에 두세 번 오면 타이어 가게 기둥뿌리가 뽑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이렇게 자주 오셔도 되느냐"고 물어봤다. 윤 대표는 "가격을 한 번 보라"고 말했다.
아니나다를까 소의 주요 특수부위를 모아 내는 '한우 한 마리'의 가격이 100g당 9천원이었다. 대구 시내 한우 식당 130g의 가격이 1만5천원 안팎인 것과 비교해보면 절반에 가까운 가격대를 자랑하고 있었다. 가격이 싼 만큼 밑반찬은 단출했다. 샐러드, 양파 절임, 연근 튀김 정도의 밑반찬이 간단하게 나왔다. 밑반찬보다 고기 가격을 낮추는 데 신경 썼음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윤 대표는 "잘 먹어야 힘내서 나도 직원들도 열심히 일하지 않겠나"며 "비록 정신없이 많이 먹고 마시다 보면 가격이 만만찮을 때도 있지만 그때는 '타이어 하나 더 열심히 팔면 되지' 하며 넘어간다"고 말했다.
윤 대표를 매료시킨 갈비탕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곱돌로 된 그릇에 들어 있는 갈비탕의 갈빗대 크기가 시중에 파는 갈빗대의 두 배는 돼 보였다. 갈빗대뿐만 아니라 탕 속의 고기도 넉넉했고, 국물 또한 느끼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담백했다. 이런 갈비탕을 현재는 8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고깃집 주인이 직접 농장도 운영
윤 대표가 '맛뜨락 한우'를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인 '싼 가격'을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농장 직송'이라는 점이다. '맛뜨락 한우' 김수열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한우 농장을 통해 소고기를 공급한다. 그리고 김 대표의 한우는 경산 지역의 각급 학교에 친환경 급식 식재료로 공급되고 있다. 한마디로 김 대표 자신이 한우 도축과 가공을 직접 할 수 있어 중간비용을 줄인 덕분에 판매하는 소고기의 가격을 확 낮출 수 있었다.
"경기가 안 좋아지니 확실히 갈빗살이나 등심의 수요가 내려가더군요. 도축한 고기는 쌓여가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직접 식당을 열어 팔아보자'라는 생각에 이 집을 차린 거지요."
실제로 이 가게를 찾는 손님 중에는 '이 가격에 진짜 한우를 내 올까' 하고 의심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경북 경산시 자인면에 있는 자신의 농장 주소를 공개할 정도로 자신이 파는 한우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단골인 윤종규 대표의 한마디가 이 식당의 맛에 대한 보증이라 할 수 있다.
"우연치 않게 작업장을 슬쩍 볼 기회가 있었어요. 아주 청결하더군요. '사장이 깐깐하게 고기를 다루니 음식 맛도 좋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뒤부터는 믿고 옵니다."
요즘 들어 소 값이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지난달 '한우 한 마리'를 제외한 다른 부위의 소고기는 가격을 조금 올릴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가격이 올랐음에도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제일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가격을 더 이상 올릴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고 오셔서 마음껏 드시면 된다"고 말했다.
▶고기류=한우 한 마리(등심, 갈빗살, 업진살 등 7개 특수부위 모둠) 100g 9천원, 갈빗살 100g 1만2천원, 안창'토시살 100g 1만7천원
▶식사류=한우갈비탕 8천원, 차돌된장찌개 4천원
▷영업시간=오전 11시~오후 10시
▷규모=160여 석
▷주차 가능(경산네거리→중방네거리 방향 200m 지점에 주차장 입구)
▷주소 및 문의=경북 경산시 중방동 230-6, 053)816-9300.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weekl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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