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틀 연속으로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세계 증시와 원자재 시장이 혼란에 빠졌으며, 국내 증시도 휘청거리면서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갔다.
다만, 위안화 평가절하가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결론짓기에는 아직 성급하다는 분위기다. 세계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경합하는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데 비해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 한국의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다.
◆정부, 불안심리 잠재우기 위해 긍정론 전파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전날 달러/위안 기준환율(6.3306위안)을 1.86% 높게 고시한 데 이어 12일에도 1.62% 올리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외환 당국은 당분간 위안화 평가절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 동요하는 시장 안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한국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가 살아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활기를 띨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중국과 한국은 완제품 경쟁 관계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 제품의 경쟁력이 올라가면 한국 제품의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는 배치되는 발언이다.
보다 신중하게 사태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틀 연속 평가절하는 의외의 상황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추가 평가절하 가능성도 열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중국 경제가 당장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상황을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대(對) 중국 수출의 타격도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뜩이나 수출 감소로 '불황형 흑자' 구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원화 값 약 4년 만에 최저치, 외환시장 충격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90.8원으로 마감해 전일 종가보다 11.7원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2011년 10월 4일(1,194.0)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날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절하 조치로 전일 종가 대비 15.9원 급등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중국이 위안화를 1.62% 추가 절하하면서 또다시 상승 압력을 받았다.
서정훈 외환은행 연구원은 "이틀 연속으로 위안화 절하 정책을 편 것은 글로벌 금융 투자자들에게 중국 경제가 정말 안 좋다는 신호를 줘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며 "내일도 위안화의 움직임을 보면서 달러당 1,190원대 전후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엔 환율도 크게 올랐다.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기준 100엔당 953.48원으로 전일 대비 8.61원 올랐다. 원/엔 환율의 100엔당 950원대 진입은 지난해 11월 10일 이후 9개월 만이다. 원/위안 환율 종가는 위안당 181.63원으로 마감해 전일 종가보다 3.57원 내렸다.
◆여행주, 화장품주, 면세점주 등 '중국 소비주' 줄줄이 급락
이날 오전 10시 5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전날보다 10.10% 하락한 36만500원에 거래됐다. 이 밖에 한국콜마홀딩스(-14.50%), 코스맥스비티아이(-11.30%), LG생활건강(-8.44%), 에이블씨엔씨(-6.65%), 한국화장품(-10.86%), 한국화장품제조(-9.57%) 등 화장품주 전체가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인의 구매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화장품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냉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여행객의 감소가 예상되며 여행주와 면세점주도 크게 조정받고 있다. 모두투어(-10.13%), 하나투어(-8.70%), 호텔신라(-5.18%) 등이 크게 떨어졌다.
이 밖에 중국 쪽 매출 비중이 큰 일부 의류'음식료 종목도 내림세다. 매출의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발생하는 오리온의 경우 이 시각 현재 8.27% 하락 중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면세점, 여행 등 중국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소비주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위안화의 추가 약세가 진행될 경우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중국인의 해외 소비가 국내 소비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 제고가 기대되는 자동차주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현대차(5.76%), 기아차(6.08%), 현대모비스(2.42%) 등이 모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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