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가창초등학교가 폐교 위기를 딛고 학생들이 찾아드는 학교로 거듭나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가창초교의 전교생 수는 160명을 웃돈다. 4년 전 재학생이 46명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다. 한때 전교생이 1천300명을 넘던 가창초교는 생활 편의, 자녀 교육 등을 고려한 농촌 기피 현상 탓에 전교생이 급격히 줄며 폐교 위기에 몰렸다.
반전의 계기를 맞은 것은 2012년. '사교육이 필요 없는 행복학교'라는 기치를 내걸고 다른 학교들과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면서부터다.
2012년 이곳에 부임한 이상근 교장은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가창 행복학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첫 발걸음은 모든 학생에게 영어와 중국어를 가르치는 것. 정규 수업과 창의적 체험활동, 방과후학교 수업 등을 더하면 외국어 학습 시간은 10시간 정도다. 체험활동 중심의 외국어 수업과 더불어 각종 캠프와 축제, 중국 닝보의 자매학교와 교류 등으로 외국어를 즐겁게 배울 수 있게 한다.
방과후학교 운영도 독특하다. 학생들이 따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학년과 발달 단계, 학습 수준 등을 고려해 구성한 과정을 따라가게 돼 있다. 영어, 중국어, 바이올린(또는 리코더나 단소), 한자, 컴퓨터, 택견, 국악, 음악 줄넘기 등이 대표적 수업이다. 이 같은 과정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경비는 대구시교육청과 달성군청으로부터 지원받는다. 1교시 수업을 오전 9시 20분으로 늦춰 아침 운동 시간을 운영하고 가족 텃밭 가꾸기 활동을 하는 것도 학교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고 있다.
학부모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 조합원들은 학교의 교육 행사 지원, 방과후학교 지원, 돌봄 교실 지원 활동 등으로 팀을 나눠 학교의 교육 활동에 참여한다. 가창초교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2개월마다 '가창 행복 아카데미'를 연다. 이때는 오전부터 방과 후 활동이 끝날 때까지 자녀 수업 참관, 학교장과의 대화, 학부모 급식 체험, 담임과의 자녀 교육 상담, 학부모 협동조합협의회 등을 개최한다.
가창초교의 변화가 소문을 타면서 이곳에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도 늘어 어느새 폐교는 옛말이 됐다. 대구 외에 서울, 부산, 울산 등지에서도 전학 오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가창초교의 학교 운영 사례가 알려지면서 전국의 교육 관계자들은 물론 일본, 중국 등 외국의 교육계 인사들도 교육 현장을 살피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이 같은 변화 덕분에 가창초교는 유네스코(UNESCO)가 주관하는 행복학교 워크숍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가창초교 이상근 교장은 학교장이 바뀌더라도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6년 동안은 지속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교 교육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장은 "물론 우리가 운영 중인 프로그램 중에선 다른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도 있다"면서도 "우리는 학부모, 학교, 지역사회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곳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한덕수 탄핵소추안 항의하는 與, 미소짓는 이재명…"역사적 한 장면"
불공정 자백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자폭? [석민의News픽]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제2의 IMF 우려"
계엄 당일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복면 씌워 벙커로"
무릎 꿇은 이재명, 유가족 만나 "할 수 있는 최선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