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아버지를 살해하고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한 숙부에게 복수해야 했던 왕자 햄릿의 내면적 고뇌와 격정적 행동을 그리고 있다. 햄릿은 우여곡절 끝에 복수하지만 자신도 죽게 되고, 어머니까지 독을 마시고 그 뒤를 따른다. 그야말로 비극적인 결말이다.
망령이 나타나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원수를 갚아 달라고 요구하는 구조는 우리 고전 소설 '장화홍련전'도 마찬가지이다. 전처의 자식과 계모 사이의 갈등을 다룬 대표적인 가정비극 소설인 장화홍련전은 조선 효종 때 평안도 철원 지방에 실재했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고 한다.
계모의 구박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연못에 투신자살한 두 자매의 혼령이 고을 사또를 찾아가 하소연하면서 원한을 풀게 된다는 내용이다. 다분히 권선징악적이다.
프랑스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장편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도 복수 소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누명을 쓴 채 외딴 섬에서 14년간의 감옥생활을 하던 주인공이 기적적으로 탈출하게 되고, 거액의 재물까지 거머쥔 다음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면서 통쾌한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이다. 웅대한 서사 구조와 파란만장한 장면 위로 흐르는 비장감이 돋보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복수'라는 주제는 수많은 문학작품과 예술행위의 주제와 소재로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복수의 정념과 명분이 실제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경우도 많았다. 특히 오늘날 TV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복수극 또한 현대인들의 복수에 대한 관심과 희열을 방증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이클 맥컬러프는 '복수의 심리학'이라는 저서에서 복수와 용서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적응력과 생명력을 유지하며 협력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또 다른 비극과 불편한 평화라는 상반된 가치를 초래하곤 했다. 우리 사회가 '보복 운전'이라는 도로 위의 복수혈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소한 운전 부주의와 차선 시비가 생명을 앗아가는 난폭한 보복 운전으로 비화하기 일쑤이다. 보복이냐 양보냐, 그 순간적인 선택의 귀결은 지옥과 천당만큼이나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내 인생과 이웃의 삶을 송두리째 걸 만큼 보복 운전이 가치 있고 명분 있는 복수극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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