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지던 대구의 더위도 한풀 꺾이고 절기상으로도 입추가 지났다. 아침저녁으론 이제 제법 선선한 바람도 부는 것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곧 있으면 추석 명절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시기가 될 것이다. 8월에 접어들면서 유난히 추석을 의식하게 된 건 대구에 사는 일본 지인들이 휴가철을 맞아 가족과 명절을 보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부터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우리의 추석과 비슷한 '오봉'이라는 명절이 있다. 다른 점은 가을이 아니라 폭염이 쏟아지는 한여름에 행해지는 연중행사라는 점이다. 일본의 연중행사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양력으로 치러지고 있는데 이것은 일본 정부가 1873년부터 기존의 태음력 제도에서 서양의 태양력 제도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한때 양력을 도입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설 명절을 신정으로 바꾼 적이 있었지만, 하루아침에 관습을 바꾼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에 이중으로 치러지는 명절 분위기로 인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사례가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도입 초기에는 지역에 따라 음력으로 지내는 곳과 양력으로 지내는 곳이 혼재하기는 했으나 지금은 거의 모든 곳이 양력으로 지내고 있다.
일본의 여름철 대표적 명절인 오봉은 양력 8월 15일을 전후하여 13일부터 16일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명절이긴 해도 국가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관공서나 은행들은 정상 근무를 한다. 그러나 8월은 학생들의 방학과 직장인들의 휴가가 겹치는 시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기간에 개별적으로 긴 휴가일정을 잡아 성묘를 하거나 고향을 방문하기 때문에 매년 이맘때가 되면 전국적으로 교통체증이 심해진다. 따라서 여름철 일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가급적 이 시기는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오봉은 원래 음력 7월 15일을 중심으로 행해졌던 조상의 영혼을 섬기는 일련의 행사이다. 일본의 전통적인 조상숭배 신앙과 불교가 융합된 행사로 불교 용어인 '우란봉'(盂蘭盆)이라는 말을 생략하여 '봉'(盆) 혹은 '오봉'이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의 추석과 그 기원이나 개념상으로는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조상에게 바치는 제사상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약식으로 차려지는데, 특이한 점은 '정령마'라는 것을 올리는 풍습이다. 이것은 조상들의 혼령이 이승으로 오갈 때 타는 말과 소를 형상화한 것으로 채소인 가지와 오이에 나무젓가락 같은 걸로 다리 모양을 만들어 올린다. 이때 오이는 말을, 가지는 소를 상징한다. 이것은 조상이 이승으로 자손을 만나러 올 때에는 말을 타고 얼른 오시라는 의미이고, 돌아갈 때에는 느린 소를 타고 조금이나마 오래 천천히 있다 가시라는 의미라고 한다. 같은 농경사회로서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예를 갖춘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두 나라의 풍습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롭다.
대구하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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