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뒤 20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20년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함께 뽑는 전국 동시지방선거는 총 6차례 있었다. 자치단체장(광역, 기초 포함)은 1천474명, 지방의회 의원은 2만5천9명에 이른다.
현재 대구 등 광역시의 경우 동일한 생활권에 있지만 시장, 구청장'군수 선거뿐 아니라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선거까지 동시에 치르고 있다. 이는 지방 권력의 비대화로 직결돼 결국 비효율과 예산 낭비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대구 등 6대 광역시에 대해서는 광역시장이 구청장과 군수를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20년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의견과 "행정력 낭비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는 반응이 서로 맞서고 있다.
◆'주민의 질 향상' '비효율과 예산 낭비' 맞서
한국 지방자치의 출발점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이다. 이승만정부는 시'도의원과 시'읍'면의원을 선출해 지방의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1961년 5'16쿠데타로 인해 1960년 선거를 끝으로 지방의회가 폐지됐다.
지방자치는 1991년 4월 지방의회가 구성되면서 다시 태어났다. 1995년에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모두 선거로 선출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다.
1998년, 2002년, 2006년, 2010년 지방선거가 잇따라 열려 민선 2∼5기 지방정부가 꾸려졌다. 지난해 7월에는 민선 6기 지방정부가 출범했다.
지난해 전국동시 지방선거 선출 인원은 광역단체장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시도의회 의원 789명, 시군구의회 의원 2천898명, 교육감 17명, 교육의원 5명 등 총 3천952명이다.
주민이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직접 선출하면서 지방행정은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단체장은 주민의 수요를 반영한 행정과 지역사업을 펼치고, 공공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이로 인해 주민 편익시설과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평가도 있다.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사업이나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지역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반면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부작용도 만만찮다.
광역시의 경우 동일한 생활권에 있지만 시장, 구청장 선거뿐 아니라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선거까지 동시에 치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동시선거가 지방 권력을 비대화하고 비효율과 예산 낭비를 발생시켰다고 지적한다.
지역 정치의 중앙 예속 현상도 심각하다. 단체장은 다음 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해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 눈치를 보면서 주민보다는 정당을 위한 자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정당공천 후보의 당선 비율은 기초단체장이 1995년 77.0%에서 지난해 87.2%로, 광역의원은 82.7%에서 97.5%로 각각 증가했다.
광역단체장은 1995년, 2006년, 2010년을 제외하고는 100% 정당공천 후보자가 당선됐다.
◆광역시 구청장'군수 직선제 폐지 논란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지난해 말 특별'광역시의 구의회(광역시 내 군의회도 포함)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특별시는 구청장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구의회를 폐지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또 6대 광역시에 대해서는 광역시장이 구청장과 군수를 임명하고 의회를 구성하지 않는 방안을 1순위로, 구의회를 폐지하되 구청장'군수를 직선제로 뽑는 안을 2순위로 제안했다.
위원회는 "특별시와 광역시는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인데, 인위적 경계인 '구'에 따른 의회는 행정 비효율이 초래된다"면서 "특별'광역시의 자치구를 행정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청장'군수 직선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과 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0년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의견도 있다. 반면 일부 시민과 공무원 등은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광역시 구청장'군수 직선제 폐지에 대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기치로 내건 지방자치제 도입 취지를 훼손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이동희 대구시의회 의장은 "지자체장을 임명하던 시절에는 구'군마다 특색이 없었다"면서 "주민들이 지자체장을 직접 선출하면서 대구에 있는 구'군이 저마다 특색있게 변했다"고 평가했다.
같은 생활권인 광역시에서 구'군별로 독자적인 행정을 펼치는 것이 행정력 낭비를 초래한다며 직선제 폐지에 찬성하는 여론도 많다.
시민 김모(62) 씨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장을 임명하고 모든 지방 업무를 관장하던 시절이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면서 "구청장'군수 직선제가 실시되면서 효율이 떨어지고 예산낭비 등이 훨씬 심해졌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공무원은 "광역시는 대부분 하나의 도시 단위로 생성된 특성상 지역 정서나 생활권이 동일한데도 단체장에 따라 행정시책이 달라 시민에게 혼란과 불편을 주는 경우가 있다"면서 "구청장'군수 임명제를 도입하면 시가 추진하는 비전과 전략 달성을 위해 각 구청과 군청이 힘을 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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