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MC' 유재석, 그리고 예능계 양대산맥으로 불렸던 강호동이 데뷔 후 처음으로 지상파를 벗어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유재석은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를 통해, 강호동은 나영석 PD 등 '1박2일'의 원년 멤버들과 tvN의 디지털 콘텐츠 '신서유기'로 지상파가 아닌 새로운 플랫폼의 방송을 시작한다. 그동안 신동엽과 이경규 등 A급 MC들이 비지상파로 넘어와 활약할 때도 유재석과 강호동은 요지부동이었던 게 사실. 최근 2년여간 다양한 성공 케이스를 내놓으며 지상파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비지상파의 입지가 두 MC의 행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방송계 전반의 변화를 보여주는 움직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새 프로그램을 통해 받아들게 될 성적표가 유재석과 강호동 두 사람의 향후 연예계 활동에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유재석, '슈가맨을 찾아서'로 비지상파 활로 개척 시도
유재석은 JTBC와 손잡고 첫 비지상파 나들이를 결심했다. 프로그램명은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다. 지난 19일에 첫 방송이 나갔으며 26일에 2회를 내보낸다. 2회 분량만 사전 제작해 파일럿 형태로 방송하며, 향후 반응을 체크해 정규 편성 여부를 결정한다. 지상파를 떠나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내놓는 유재석의 부담감, 그리고 '톱A급'에 해당하는 유재석과의 첫 작업에 따른 JTBC 제작진의 신중함이 반영돼 이처럼 파일럿이란 포맷을 내놓게 된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은 한 시대를 풍미하다 사라진 옛 가수를 찾아보고 이들의 과거 히트곡을 현재 버전으로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팀이 각각 따로 움직여 가수를 찾고 히트곡을 편곡해 대결 구도를 형성한다. 유재석과 함께 뮤지션이자 방송에도 특화된 유희열이 MC로 투입돼 각자 팀을 이끄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슈가맨을 찾아서'라는 타이틀은 2011년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에서 차용했다. 미국에서 음반을 낸 후 단 6장밖에 판매하지 못한 1970년대 비운의 가수 슈가맨이 같은 앨범으로 남아공에서 슈퍼스타로 떠올랐던 일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남아공에서 국민가수로 활동한 후에도 단 두 장의 앨범만을 내고 사라진 전설적인 가수 슈가맨의 흔적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JTBC 예능 '슈가맨을 찾아서'도 과거 한 곡의 히트곡을 내놓은 후 사라진 가수를 찾아보며 해당 가수를 '슈가맨'이라 지칭한다.
19일 첫 회에서는 1993년 '아라비안나이트'를 발표하고 당시 가요 차트 1위를 휩쓸었던 가수 김준선, 그리고 1992년 히트곡 '눈 감아봐도'를 남긴 박준희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30, 40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뿐 아니라 해당 노래를 현대적 감각으로 편곡해 재탄생시키며 이슈를 생산했다. '무한도전' 가요제 특집에서 '하우두유둘'이란 팀을 만들어 함께했던 유재석과 유희열의 호흡 역시 기대에 부응했다. 올해 '무한도전-토토가' 열풍으로 불거진 1990년대 히트곡과 가수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것뿐 아니라 두 팀의 대결 구도로 보여주는 긴장감과 웃음, 또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가수와 능력 있는 작곡가의 호흡으로 재해석한 과거의 히트곡을 듣는 재미까지 더해져 호응을 얻었다. 파일럿 형태인 만큼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 완성도를 높이면 충분히 정규 편성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MC 유재석의 장점을 잘 살려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유재석이 스튜디오형 예능 '나는 남자다'와 '동상이몽'을 내놨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던 게 사실. 하지만, '슈가맨을 찾아서'는 리얼버라이어티와 가무에 능한 유재석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현장에서 순발력 있게 인터뷰이와 대화하는 유재석의 모습도 보여준다. 정적인 재미와 동적인 재미 요소를 적당히 결합해 유재석이 '잘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준 듯하다. 일단, 파일럿 2회 분량의 결과를 모두 지켜본 후 판단해야겠지만 유재석과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강호동, '1박2일' 멤버들과 손 잡고 부활 노려
강호동의 새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는 TV가 아닌 온라인 포털사이트를 통해 선보이는 '웹 예능'이다. 단순히 '비지상파'의 개념을 넘어 국내 최초 시도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를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다.
먼저 '신서유기'의 연출자가 스타 PD 나영석이라는 사실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KBS 재직 시절 '1박2일'을 '국민예능' 반열에 올리고, 강호동과 당시 출연자들의 전성기를 이끌어준 인물이다. CJ E&M으로 옮긴 후에도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시리즈로 10%를 넘어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상파를 위협했다. 실험성이 강한 콘셉트를 택하면서도 그 안에서 대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재미를 끌어내는 실력파 PD로, 예능 PD로선 처음으로 백상예술대상 방송 부문 대상까지 수상한 인물이다. 게다가 나영석 PD가 과거 '1박2일' 멤버들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며 강호동을 비롯해 이수근-은지원-이승기를 끌어 모은 상태라 한층 더 기대감이 커진다.
TV가 아닌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는 새로운 형태의 예능에 대한 우려도 '노파심'일 뿐이다. '신서유기'가 공개되는 플랫폼은 포털사이트 네이버TV캐스트다. 최근 들어 온라인 유저들이 특히 열광하는 공간으로 이용자들이 많은 데다 화제성도 뛰어나다. 새로운 포맷에 대한 적응력이 남다른 나영석 PD라면 웹 공간의 장점을 파악하고 적절한 형태의 완성본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서유기'의 포맷이 과거 '1박2일' '꽃보다 할배' 등에서 보여준 나영석 PD의 주특기 '여행쇼'라는 사실 역시 눈길을 끈다. 기존에 하던 걸 그대로 반복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꽃보다 할배' 등의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내용을 새롭게 보여주는 능력'을 증명한 터라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여기에 기존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것과 달리 게임쇼를 접목해 쉴 틈 없이 웃음과 재미를 주겠다는 계획이다. 도박 논란으로 공백기를 가졌다가 복귀하게 된 이수근의 존재, '1박2일' 이후 전성기 시절에 상응하는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은지원의 부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관건은 강호동의 활약이다. 잠정 은퇴 선언 이후 대중 및 방송 관계자들의 기대 속에 복귀했지만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 MBC '무릎팍도사'는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했고,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KBS2 TV '우리동네 예체능'이 그나마 화제성 면에서 뛰어나지만 워낙 많은 출연자가 투입되는 데다 매번 종목에 따라 주목받는 인물이 달라져 '강호동 예능'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달빛 프린스' '별바라기' '투명인간' 등 야심 차게 준비했던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조기 종영의 설움을 당하면서 '강호동도 한물갔다'는 말을 듣고 있다. 과거 '1박2일'이나 '강심장'처럼 강호동의 힘으로 인기 정상에 오른 예능, 또 강호동이 있어 성공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예능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수년에 걸쳐 유재석과 예능의 왕 자리를 두고 겨루던 강호동이지만, 지금의 현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형국이다. 이처럼 위태로운 순간에 손을 내밀어준 '귀인'이 현재 방송계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나영석 PD라니 강호동 역시 믿고 몸을 던질 수밖에 없었을 터. 과연, 강호동이 또 한 번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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