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협녀, 칼의 기억'에서 칸을 사로잡은 두 여배우 전도연과 김고은이 여검객으로 분했다. 스크린 속 두 여검객은 비장미가 굉장했다. 실제 여검객들도 그럴까? 궁금함을 해결코자 실제로 여검객을 만났다. 평상복을 입고 푸근한 미소를 띠었을 때는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도복을 입고 검을 손에 쥐자 기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눈빛도 마치 잘 벼려진 검과 같이 예기가 느껴졌다. 이제부터 여검객들이 검을 잡은 계기와 손에서 검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정진하는 속내를 들어보자.
◆삶으로 깨달은 검도의 매력-허윤영 씨
검도인들은 말한다. 검도는 심신을 바로잡아 흐트러짐 없는 이성적인 삶의 자세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그래서인지 검도인은 검처럼 앉으나 서나 꼿꼿하다. SBS 전국검도왕대회와 세계검도선수권대회 등 국내외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기록한 대한민국 최고의 여검객 허윤영(20'경북대 레저스포츠학과 2학년) 씨도 마찬가지다. 반듯한 자세, 건강미 넘치는 몸매.
허 씨는 "검도 수련자 중에 몸매가 예쁜 여성이 많다. 검도는 전신 운동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몸을 만들어준다"며 "쑥스럽지만 나도 고등학교 때 모델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13년째 검과 씨름해온 허 씨는 검도의 효용을 직접 보고 느끼며 살아왔다. 대한검도회는 '검도를 수련하면 심폐기능이 강화돼 천식 치료에 좋다'고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검도는 순발력과 근력, 지구력을 기르는 데 효과가 있고, 죽도를 사용해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기 때문에 민첩성이 길러진다고 한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집중력, 결단력, 자주성을 익히며, 상대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게 된다고 한다.
허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검도를 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천식이 심해 시합 중 휴식을 취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친구는 약물치료 없이 꾸준히 검도 수련만 했을 뿐인데 이제는 대련, 오래 달리기, 수영을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호전됐다"고 했다. 또한 "나 자신도 검도를 하면서 점점 '멋있는 사람'이 되어감을 느낀다. 자기 관리에 철저해지고 매 순간 집중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고된 상황도 인내할 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 허 씨는 검도에 입문할지 망설이는 이들에게 더는 고민하지 말라고 말한다.
"각박한 삶에 갇혀 지내지 마시고 검도로 스트레스를 풀어 보세요."
◆검도에 중독된 바이올리니스트-김현숙 씨
작은 체구에 고운 피부, 부드러운 인상의 김현숙(49) 씨는 노래 '강남스타일'의 가사처럼 '반전 있는 여자'이다. 김 씨는 한국사회인검도연맹 이사이자 연사 6단의 검객이다. 게다가 그는 지난해 11월 일본 미야기현 이와누마시에서 열린 국제사회인검도대회 여자부 개인전 우승자이기도 하다. 더 큰 반전이 있다. 검도 실력만 보면 김 씨는 뼛속까지 무골일 것 같지만, 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 강사이다.
김 씨의 검도 사랑은 유별나다. 그는 1997년 당시 호기심에 집 앞에 있던 검도 도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처음 검을 잡았다. 이제는 바이올린 학원도 접고 검을 수련하며 부업으로 바이올린 출강을 하고 있을 정도. 김 씨는 "검도를 하면서 땀 흘리고 나서 밀려오는 쾌감만큼 기분 좋은 게 없다. 처음 검도를 시작했을 때는 음악과 다른 운동도 병행했지만, 검도만큼 매력있는 게 없어 지금은 검도만 하고 있다"며 "몸 상태가 안 좋더라도 검도를 하고 나면 그렇게 몸이 가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이 쉽게 와 닿지 않는다. 그는 "검도는 계속해서 발을 구르고 손으로 검을 쥐었다가 풀기를 반복한다. 이 모든 게 혈액순환을 돕는다. 게다가 한겨울에도 온몸이 젖을 만큼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몸속 노폐물이 쌓일 틈도 없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검도인으로서 꿈이 있다. 검을 나눌 수 있는 여성 검도인이 더 많아지는 것, 그리고 김 씨의 나이가 여든이 될 때까지 그들과 검으로 교감하는 것. 김 씨는 임신이나 육아 등으로 수련을 멈춘 여성들을 자주 봤다. 김 씨는 이 점이 아쉬웠다.
그는 "일본 대회에 가보면 허리가 구부정한 70세 이상 할머니가 맑은 정신으로 경기장에 와서는 시합 때 꼿꼿한 자세로 예리하게 검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면 멋있기도 하고 부러웠다"면서 "검도는 '평생 수련하는 도의 무예'가 슬로건인 만큼 검도를 통해 '평생 건강'을 지키는 여성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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