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암살' 관객 수가 1천만 명을 넘었고 연일 기록 경신 중이라고 한다. 올해가 광복 70주년이라는 점도 반영이 된 듯하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린 영화 '명량'은 1천760만 명이 관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진정한 영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우리 자신은 너무 초인적이고 우리와 다른 엄청난 영웅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암살'은 우리와 기질이나 삶이 비슷한 평범한 사람들의 몸부림, 이름 없이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살다간 희생자들이라는 점이 지금까지의 영웅들과는 다른 듯하다.
2012년 미국 CNN이 '올해의 영웅'을 발표했는데, 선정된 10인은 지구를 지킨 슈퍼히어로도 아니었고, 팬들의 추앙을 받는 스포츠 스타도 아니었다. 물론 나라를 책임진 대통령이나 인기 연예 스타도 아니었다. 워렌 버핏, 빌 게이츠 같이 수천억원을 기부한 기업인도 포함되지 않았다. 선정된 분들의 면면을 보면 영웅이라 불리기에는 너무도 평범하거나 우리보다도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모두 작은 부분에서 자신이 사는 삶의 현장에서 남을 위하여서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실천하는 사람들이었다.
선정된 사람들 중 '퓨수파 바스넷'은 네팔의 많은 아이들이 수감 중인 부모와 함께 교도소에서 생활한다는 데 충격을 받고 수감자 자녀를 돌보는 아동센터를 세웠다. '완다버츠'라는 인물은 아들을 익사 사고로 잃고 나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빈곤층 어린이 1천200명에게 무료 수영강습을 한다. 전직 군용견 훈련관 ' 메리 코타니'는 시력을 잃은 참전용사들에게 맹인 안내견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음주 교통사고로 자녀를 잃은 후 장학사업에 뛰어든 '레오 맥카시'도 있다. 이들은 비록 엄청난 영웅적인 위치나 사역은 아닐지 모르지만 자신의 처지와 형편을 고려하여 이웃을 위해 무언가를 진심으로 나누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참으로 숨겨진 영웅들이 많다. 남들이 알세라 조용히 이웃을 돕고,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조용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섬기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행동과학 용어 가운데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라는 말이 있다. 범죄 현장에서는 목격자가 많을수록, 급박한 일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많다고 느낄수록 사람들은 행동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혹시 지도자나 엄청난 영웅들에게 의존하여 방관자 효과의 해당자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본다.
의외로 우리 주변에는 보잘 것 없는 내가 도와주어야 할 사람들이 많다. 그 어느 때보다도 경제적인 침체가 길어지고 주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힘겨워 보여 우리의 격려와 작은 나눔과 사랑이 필요한 때이다. 아니 무엇을 나누고 줄 수 없다면 진정한 칭찬과 격려라도 하면 좋겠다. 격려(encouragement)라는 말은 라틴어 '심장'이란 말에서 왔다. 말 그대로 격려는 자신의 심장을 나눈다는 말이다. 진심으로 자신의 심장을 주듯 위로하고 힘을 북돋아주고 용기를 가지도록 돕는 것은 숨겨진 영웅의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작은 것이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마음을 다해 사랑을 실천한다면 당신은 바로 우리들의 영웅이다. 나도 진짜 숨겨진 영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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