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발-협상-보상 악순환 끊어야 산다
평화 원하면 전쟁 두려워하면 안 돼
연평도 주민부터 언론까지 본분 지켜야
김정은은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새로 만든 목함지뢰를 남방한계선 너머에 몰래 심었는데 그게 북한제임을 목재 성분'송진 냄새'공이'용수철 등 파편 조각으로 단박에 알아내니 '도발 오리발'이 통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손가락 마디보다 더 가는 고사포(14.5㎜) 딱 한 발을 비무장지대로 쏘았다. '설마 이 정도를' 했는데, 남측이 정확하게 잡아냈다. 고사포 도발이 '북한 소행'임을 알아내기 전에 76.2㎜ 직사포 여러 발을 남측으로 쐈다. 늘 얻어터져도 야무락지게 보복할 줄 모르던 '바보 대한민국'인 줄 알았는데 웬걸 즉각 대응사격을 했다. 그래도 참을 만했다. 원점 타격도 아닌데다 인명 피해도 없었다.
그런데 진짜 무서운 놈이 나타났다. 대북 확성기가 11년 만에 재가동됐다. 확성기 소리는 밤이면 20~30㎞ 이상 날아온다. 20~30㎞라면 대구에서 경산'영천쯤 거리니 서쪽으로는 개성시와 접해 있는 개풍군 정도, 동쪽으로는 금강산이 있는 북한 쪽 고성까지 다 들린다는 뜻이다.
대북 확성기를 통해 들려오는 K-POP과 재밌는 얘기, 조곤조곤한 정보와 사람 사는 낙은 비무장지대 255마일에 배치된 '완전 빨간' 북한군까지 흔들어댄다. 핸드폰을 즐겨 쓰는 젊은이들은 몰래 녹음을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대북 확성기를 듣고 탈북한 이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 아닌가.
"도끼 만행 때 할아버지 김일성이 직접 사과를 한 것 외에는 다 시침을 뗐다는데, 그깟 도발에 사과를 하라니 어림 반 푼어치나 있는 얘긴가" 하는 배짱으로 전시에도 잘 내밀지 않는 '최후통첩'이라는 위험한 카드를 내밀었더니 남한이 더 세게 나온다.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 확성기를 중단하지 않으면…"이라는 위협과 함께 준전시체제로 돌입했는데, 아차 그 을지프리덤가디언 기간이다. 사과도 줄기차게 요구한다.
큰일 났다. 예전에는 중국이 보이지 않게 다 밀어주었는데 이제는 뭔가 좀 다르다. 물론 지금도 중국이 3대 전략물자(원유'식량'코크스탄:철강석 원료)를 대주고는 있지만, 과거 같지가 않다. 남한의 5'24 경제제재 조치로 손발이 묶인 판에, 중국 변수마저 생기면 꼼짝없이 앉아서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당장 비행기에 넣을 기름도 모자라는 판국이 아닌가.
에라, 또다시 대화카드를 내밀자. 잘 속아 넘어가는 남조선에 다급하게 손을 내밀면서 방송 서비스도 했다. 최고 존엄 뉴스에나 나오는 이춘희 인민방송원(앵커)을 동원하여 조선중앙TV로 남북 고위급 2+2(김관진'홍용표'김양건'황병서)회담 소식을 눈 딱 깔고 꼬리 팍 내린 목소리로 전했다. 협상 조건으로 내걸지도 않은 '대한민국'이라는 정식 국호까지 립서비스해주었다. 속셈은 하루만에 '괴뢰'로 되돌아 갔다.
23일 오후 9시 현재까지 아직 2+2대화는 끝나지 않았고, 북한군 잠수정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자유와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 희생은 불가피하다. 확실한 사과와 도발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대화, 좋다. 그러나 대화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과 집단, 국가 사이에만 유효하다. 대가 없는 평화는 없고, 전쟁은 피하려고 하면 따라다닌다.
지금까지 계속되는 도발-협상-보상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누리려면 연평도 주민부터 언론까지 본분을 지켜야 한다. 연평도 주민은 준전시체제에 꽃게잡이 타령을 해서는 안 될 것이고, 언론은 사드(고고도미사일) 건을 알았더라도 국가 안보를 위해 보도를 자제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이 복잡다단한 세상에 천방지축 지도자를 머리 위에 이고 사는 대한민국에 대가 없는 평화가 어디 있고, 안보 없는 자유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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